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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박자 '5기통 춤' 새해엔 멈출 듯

중앙일보 2014.01.02 00:25 경제 1면 지면보기
다섯 소녀가 춤을 춘다. 헬멧과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위아래로 깡총거린다. 세 명이 뛰면 두 명이 내려가고, 두 명이 무릎을 굽히면 세 명이 솟아오른다. 엇박자인데도 흥겹다. 호흡과 박자가 맞아서다. 어느 걸그룹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5기통 춤’이다.


2014 경제 전망 ② 세계

미국 회복세 완연, 유럽도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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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도 이 춤을 춰왔다. 5대 경제권(미국, 유럽, 일본, 중국, 신흥국)이 제각기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 뛰어오르려 했다. 하지만 도약은 굼떴고 팀워크도 엉망이었다. 균형이 깨진 엇박자 춤은 ‘막춤’이 됐다. 미국이 돈을 풀면 유럽과 중국은 조였다. 미국과 유럽 경제가 고꾸라지는 사이 중국과 같은 신흥국에서 자산 거품이 나타났다. 반대로 2012년 이후 선진국이 살아날 듯하자 신흥국이 주저앉았다.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유럽의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옮겨붙었다. 선진국이 잠잠해질 만하면 두바이와 키프로스 같은 곳들이 찬물을 끼얹었다. “느리지만 회복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측은 번번이 허탕을 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2010년(5.2%) 반짝 회복을 한 뒤 계속 성장률을 낮춰왔다.



 엇박자 불균형 춤을 끝내는 게 2014년 세계 경제의 과제다. 보조를 맞춰 뛰고 함께 숨을 골라야 한다. 그래야 보기 좋게 오랫동안 춤출 수 있다. 다행히 정책공조는 1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2012년 6월 ‘런던선언’이 결정적 계기였다. 이전까지 수년간 유럽은 미국과 다른 길을 걸었다. 유례 없는 달러 살포에 나선 미국과 달리 금리를 조금 내리는 것 말곤 돈 뿌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런던선언 이후 유럽도 제로금리 수준(0.25%)으로 금리를 낮추고 위기에 빠진 그리스 같은 나라의 국채를 무제한 사주는 양적완화를 시작했다. 일본도 돈을 가득 실은 ‘아베노믹스’ 헬리콥터를 열도 곳곳에 띄웠다. 2013년은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이 정책공조에 나선 해였다.



중국 7%, 일본 1% 대 성장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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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과는 있을 것 같다. 그 중심엔 미국이 있다. 미국 경제엔 요즘 훈풍이 완연하다. 지난달 나온 3분기 성장률(연율 기준 4.1%)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성장률을 최고 3.2%로 올려잡았다.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미국 방송에 나와 성장률 전망치(2.6%)를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소비의 바탕이 되는 고용과 주택시장에 화색이 돌고 있다. 지난해 11월 실업률(7%)이 5년 만에 최저였고, 같은 달 신규주택판매 건수도 예상치를 웃돌았다.



 중국 경제의 질주는 속도가 약해진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견인차 역할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중국의 성장률 예측치는 7%대 초중반으로 하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거품을 막고 기업의 과잉투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느라 돈줄도 조이고 있다. 하지만 이 빈틈을 선진국 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이 보완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보다 질’이라는 정책이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론 글로벌 경제에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경착륙 우려가 생긴다 해도 중국 정부가 나서 막아줄 것이기 때문에 성장률이 7%에 못 미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은 미국 덕을 좀 볼 듯하다. 2년 연속 후진했던 경제가 1%(IMF 전망) 안팎의 플러스 성장을 할 전망이다. 높은 실업률, 은행권의 부채 줄이기 같은 고질병이 남아 있지만 장기 침체 걱정은 어느 정도 덜었다. 소비와 투자가 경제의 심장인 독일·프랑스에 생기를 불어넣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수출에 힘입어 역주행을 끝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유럽 경제는 아직 혼자 힘으로 살아날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의 성장에 힘입어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국, 미 테이퍼링 속도가 변수



 일본 아베노믹스의 기세는 아직 사그라질 기미가 없다. 올 4월 소비세 인상이 예정돼 있지만 일본 정부가 다른 부양책을 내놓아 부정적 효과를 차단할 거란 전망이 다수다. 국내외 기관에선 일본이 올해만은 못하더라도 1%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신흥국은 사정이 복잡하다. 선진국 경기 회복의 혜택을 얼마나 보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러시아는 유럽으로의 수출 증가가 경제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반면에 원자재 수출에만 기대고 있는 브라질은 제자리걸음하기에도 힘겹다.



 전체적으론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미국의 회복세에 다른 경제권이 힘을 받아 수출이 살아나고 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흐름이다. 이를 위협할 변수도 역시 미국에 있다.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의 속도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신흥국으로 쏠렸던 돈이 빠르게 미국으로 돌아가며 신흥국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다른 쪽도 장단을 맞춰야 한다. 정치나 물가, 국제수지와 같은 내부 요인이 글로벌 공조를 깨뜨리는 방향으로 나타나선 안 된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경제실장은 “2014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요인들이 순차적으로 해소되면서 세계 경제가 살아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도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기초체력은 당장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외적 충격에 영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세계 경제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나현철·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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