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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른 사람 신뢰" 22%, 불신 늪에 빠진 한국

중앙일보 2014.01.02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여기는 한국인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일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3’에 포함된 내용이다. ‘당신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2%만 대체로 또는 항상 신뢰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용하거나 해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극심한 불신의 늪에 빠진 한국의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는 수치다.



 대외 신뢰도 22%는 국제사회에 내밀기에 초라한 숫자다. OECD 평균(32%)보다 낮은 수준이다. 1위인 노르웨이는 60%, 덴마크·스웨덴도 50%대로 각각 조사됐다. 개인적 차원으로 보면 신뢰는 행복의 출발점이다. 집앞에서,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해를 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어찌 행복할 수 있겠는가. 한국인이 국민소득에 비해 낮은 행복감을 보이는 것도 사회적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믿음을 회복하지 않으면 아무리 잘 살게 되더라도 불행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국가적으로 보더라도 신뢰자산이 빈약하면 과잉갈등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31%,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56%로 각각 나왔다. 이렇게 공적기관을 못 믿으면 법을 만들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신뢰를 받으려면 자신이 먼저 양보하고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응답이 26%인 반면 자신이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사람은 2%대에 불과한 것은 한국인의 자기 중심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조사 내용이다. 가뜩이나 새해 벽두부터 풀어야 할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기초연금 조정, 임금구조 개편, 의료계 집단행동 등이 그것이다. 그 해법 역시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어 불신의 벽을 허무는 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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