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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경기 회복 ‘훈풍’ 신흥국, 저성장·금융위기 ‘삭풍’ 불어

중앙선데이 2013.12.29 00:41 355호 20면 지면보기
기지개 켜는 선진국 경제
미국 경제의 2013년은 ‘재정 절벽’ 우려로 시작됐다. 10월에는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단하는 ‘셧 다운’ 사태에 처하기도 했다. 모두 정치적인 불안정에서 빚어진 결과다. 하지만 2009년 초 시작된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올해다. 넘치는 돈의 영향으로 민간 수요가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주택 투자가 증가세를 이어갔고, 1월 7.9%였던 실업률은 11월 7.0%으로 내려갔다. 미국 기업들의 제조업 경쟁력도 크게 개선됐다. 셰일 가스 붐으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 데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을 제시한 결과다. 애플이 4월 애리조나주에 부품 공장을 지었고, 내년에는 PC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포드·GM 같은 자동차 회사는 물론 GE(냉장고), 오티스(엘리베이터) 등 10여 개의 제조 업체가 해외에 있던 생산시설을 미국 본토로 옮겨왔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8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본격 나서면서 미국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2013 세계 경제 되돌아 보니 …


일본 경제는 선진국 중 가장 극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장기 디플레와 경기 후퇴를 탈피하기 위한 ‘아베노믹스’가 지난해 말부터 가동되면서다. 대담한 금융완화 정책과 엔화가치 하락 유도 정책이 일등 공신이다.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몇 년째 만성 적자를 이어오던 정보통신(IT) 기업들이 흑자 전환하거나 순익이 몇 배씩 늘었다. 하지만 일본 제조업체들이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해놓았던 게 발목을 잡고 있다. 설비 투자도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기업 실적향상이 아직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임금이 올라 소비가 늘지 않으면 경기 선순환이 불가능하다.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지 못하면 부풀려진 거품이 금융 부실로 이어져 더 깊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이 있다.

남유럽 등 일부 회원국들의 재정 위기로 홍역을 치러온 유로존도 바닥을 확인하고 있다. 2분기(4∼6월) 경제 성장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6분기 연속 후퇴하던 경기 하락세가 드디어 멈췄다. 두 차례에 걸친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회복에 도움이 됐다. 3분기 성장률이 다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한 회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극심한 침체에선 벗어났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 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4일엔 스페인과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에서 곧 졸업할 예정임을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유럽의 통계청 유로스태트(Eurostat)가 포르투갈·그리스·스페인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씩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속도 조절 나선 중국
중국이 경제 성장의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한 한 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2013년 7.6%의 경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7년 13%를 기록하는 등 매년 1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왔던 중국으로서는 아주 낮은 수치다. 5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와 11월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는 경제·사회 분야에서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과거의 고도 성장에서 안정 위주의 성장으로 국가 목표를 바꾼 것이다. 중국의 감속 성장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 성장을 억제하고, 중국을 상대로 자원을 수출해 온 나라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인도 등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에는 2013년이 그동안 지속된 ‘돈 잔치’가 끝났음을 알리는 한 해였다. 미국 테이퍼링의 영향으로 선진국에서 들어오던 돈줄이 확 말랐다. 동시에 자국 내에서도 여신 증가세가 감소하며 금융 분야가 충격을 받고 있다. 이런 여파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의 경기는 대체로 후퇴했다.

인도·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우크라이나 등과 같이 제조업 경쟁력이 없어서 국제수지상으로 취약한 국가들은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수입물가가 오르고 자본 유출 위기감이 커지면서 정책 수행을 위한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한국, 악재와 호재의 힘겨루기
올 한 해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2.8%로 예상돼 지난해(2.0%)보다 개선됐다. 경상수지 흑자는 10월까지 583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기업과 시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나빴다.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고 가계 부채가 늘었다. 수출 대기업의 실적은 여전히 좋았지만 은행·증권 등 금융업의 실적은 추락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대기업 총수가 줄줄이 구속되는 등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도 한 원인이다.

주가 흐름이 말해 준다. 금융 위기설이 나도는 신흥국 경제와는 차별화됐지만, 기지개를 켜는 선진 경제의 흐름에 동참하지도 못했다. 지난해 마지막 날 1997포인트로 끝낸 뒤 1월 2일 급등하며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27일 2002.28을 기록했다. 외부 흐름에 흔들리며 1년간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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