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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의 시장 헤집기] 심상찮은 중국 돈가뭄

중앙선데이 2013.12.29 01:48 355호 29면 지면보기
일단 경련은 진정됐다. 중국 신용경색 얘기다. 27일 시중은행 간 7일짜리 도매금리(REPO)가 5.06%까지 떨어졌다. 이 시장은 은행들이 급전을 조달하는 곳이다. 시중 자금사정의 가장 빠른 온도계다. 한때 8.94%까지 치솟았다. 한국에서 신용도가 중간 정도인 직장인이 담보 없이 빌릴 때 무는 금리다. 그만큼 중국 자금이 고갈됐다는 얘기다.

중국 돈 가뭄은 시장 내부에서 해갈되지 않았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급전을 투입해야 했다. 그 규모가 모두 3290억 위안(약 57조원) 정도였다. 그렇다고 완전히 풀리진 않았다. 7일짜리 도매금리가 여전히 5%대다. 중국 7일짜리 도매금리의 장기 평균치는 4.3% 수준이다. 단순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신용경색이 이어지던 2007년 하반기 런던은행간금리(리보)가 5%대였다.

최근 신용경색이 인민은행의 판단 착오 때문에 일어났다고 한다. 인민은행은 대출이 많이 이뤄져 물가가 꿈틀거리자 돈 고삐를 조였다. 가뜩이나 자금 수요가 많은 연말에 말이다. 그래서 이번 돈 가뭄이 위기의 전조 증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그저 우발적이고 일시적인 사건이란 얘기다. 사실 모든 신용경색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갑자기 찾아오는 심한 통증과 같다. 금융위기 전문가인 고(故) 찰스 킨들버거 전 MIT대 교수는 “경제가 균형상태일 때도 일시적으로 돈 가뭄이 일기도 한다”며 “프로 운동선수에게 갑자기 찾아오는 경련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 가뭄의 반복은 심상찮은 조짐이다. 경련이 재발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면 더욱 불길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한 해 전인 2007년이 좋은 본보기다. 그해 7월부터 약 1년 동안 세계 최대 자금 도매시장인 영국 런던 더시티(The City)에선 5~6차례 심한 경련이 일었다. 점점 재발 간격도 짧아졌다. 끝내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중국 신용경색은 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올 6월에 1차 돈 가뭄이 발생했다. 아직은 프로 선수의 일시적인 경련이라고 여길 만하다. 더욱이 올 6월 단기금리가 10%를 넘기도 했다. 통증 정도만을 놓고 보면 이번 경련이 심하지 않다. 반면 불길한 측면도 있다. 올 6월엔 인민은행이 행동에 나서자 금세 사태가 진정됐다.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인민은행이 돈을 주입했는데도 돈 가뭄이 일주일 정도 이어졌다. 서방 언론들이 “인민은행이 힘을 잃었다”고 평가하곤 했다.

중국 내부에선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그림자 금융시장에서 머니게임에만 몰두해 기업과 지방정부, 가계에 돈이 공급되지 않아 신용경색이 재발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중국 정부가 시중은행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한몫 거들었다. 이른바 자금 순환고리가 끊어진데다 정책적 제한이 곁들여졌다는 얘기다.

한번 끊어진 자금 순환고리는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중국 지방정부가 끌어다 쓴 대출금이 빠르게 부실화하고 있다. 그 바람에 은행들의 대차대조표(자산구조)가 나빠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실화 속도보다 빠르지 않다. 신용경색이 새해에 일어날 가능성이 여전한 이유다. 실제 돈 가뭄이 또다시 일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 금융시스템의 피로가 임계점에서 멀지 않은 것으로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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