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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필드에서 짧은 치마가 보고 싶나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3.12.29 02:57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치마가 아니라 바지 입고 골프장 오는 여성, 치마를 입었어도 긴 치마를 입은 여성, 짧은 치마를 입었어도 안에 속바지를 입은 여성.’

성호준의 세컨드샷 ④ 섹시 코드 유감



 개그맨 신동엽이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골프아카데미라는 코너에 스윙 코치로 나와서 말한, 함께 라운드하기 싫은 꼴불견 골퍼들이다. 그는 J골프 라이브레슨 프로그램처럼 스윙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화도 받았다. 신동엽은 가슴이 크다고 한 여성 골퍼에게는 직접 만나서 가르쳐주겠다고 했고, 가슴도 작고 이미 결혼한 여성의 전화는 그냥 끊어버렸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 동영상을 낄낄거리며 봤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저게 진짜 한국 골프의 모습이 아닌가.



 신동엽이 풍자한 것처럼 한국 골프, 특히 KLPGA 투어의 급격한 성장은 섹시 코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팬들은 박세리를 통해 여자 골프를 알게 되었으나 이후 예쁘고 젊은 여성 골퍼 쪽에 눈을 흘끗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예쁜 선수를 찾아 후원하고, 그래서 KLPGA에는 눈에 확 띄는 원색의 옷, 진한 메이크업, 짧은 치마로 무장한 ‘필드의 패션 모델’들이 다른 투어에 비해 많다. KLPGA는 매년 베스트 드레서를 선발하고, 성적 위주가 아니라 예쁘고 섹시한 선수가 뽑히는 홍보 모델을 만들어 드레스 사진까지 찍어 배포한다.



 섹슈얼리티(sexuality)를 강조하는 여성 스포츠의 극단은 란제리 프로풋볼리그다. 요즘 북한을 들락거리는 전 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리그 총재를 하기도 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니기도 한 로드먼을 이용해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속옷에, 얼굴이 잘 보이도록 만든 헬멧에 어깨 패드만 한 뒤 미식 축구를 한다.



 다른 스포츠도 섹스 어필에 대한 유혹을 받고 있다.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인 여자 테니스도 2011년 ‘강한 것은 아름답다(strong is beautiful)’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2004년 “여자축구 인기를 늘리려면 배구처럼 좀 더 여성스러운 옷을 입을 필요가 있다”고 말해 욕을 먹기도 했다.



 현대 스포츠에서 ‘호감’이라고 돌려 말하는 외모는 중요하다. 외모도 실력이라는 말도 있고, 스포츠는 이미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했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강의하는 임충훈 교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10여 년 전까지 미국에서 농구의 NBA와 야구의 메이저리그, 미식축구의 NFL의 인기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NFL이 다른 리그들을 압도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이유는 NFL은 경기 자체에 집중했고 다른 리그들은 경기 중 쇼 같은 외적 요인에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성 스포츠와 섹스 어필에 관해 연구한 미네소타대 스포츠심리학과의 매리 조 케인 교수는 “섹슈얼리티를 강조하는 것은 남성의 눈길을 끌 수 있지만 그 스포츠 자체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지 못하며 여성이나 딸을 가진 부모에게는 거부감을 들게 한다”면서 “섹스는 섹스를 파는 것이지 여성 스포츠를 팔지는 못한다”고 했다.



 여자 테니스는 노출이 심한 경기복으로 도움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경기력이다. 여자 테니스의 기반을 만든 선수는 안나 쿠르니코바나 마리야 샤라포바 같은 미녀 선수가 아니라 남성과의 성 대결에서 승리한 빌리 진 킹이라고 봐야 한다. LPGA 투어를 우리와 가깝게 만든 건 나탈리 걸비스가 아니라 박세리와 안니카 소렌스탐이었다. 남자도 이길 것 같은 미셸 위가 처음 등장했을 때 골퍼들은 얼마나 흥분했었나. 우리는 정말로 골프에서 짧은 치마를 보고 싶은 것일까.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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