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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 400만 시대 코앞 … 중국 가는 한국인 첫 추월

중앙일보 2013.12.27 02:30 종합 2면 지면보기
중국 헤이룽장에서 온 관광객들이 26일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상선 기자]


26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주변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 20여 명이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 )시에서 두 아들을 데리고 4박5일 일정으로 한국 여행을 왔다는 자오리핑(趙麗萍·40·여)은 “최근 한국을 다녀간 주변 사람들이 추천해서 서울을 찾았다. 요즘 중국에서는 한국 관광이 최고 인기”라고 말했다.

젊은층 몰려 … 2년 만에 2배로
한류 인기에 양국 관계 좋아져
'3일 무비자 관광' 시행도 한몫



 비슷한 시각 제주 바오젠(寶健)거리. 손에는 쇼핑백, 목에는 카메라를 걸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가는 곳마다 중국어가 들렸다. 간판도 한글과 중국어 가 함께 쓰여 있어 이곳이 중국인지 제주도인지 구별이 쉽지 않을 정도였다.



 중국 상하이 한국총영사관의 비자 발급 실적은 이날 오전 10시에 해외 공관 중 처음으로 연 50만 건을 돌파했다. 구상찬 주 상하이 총영사는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는 중국 젊은이들의 수요가 폭발적일 정도”라고 전했다.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 400만 명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26일 외교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으로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은 366만 명을 기록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의 증가 추세라면 12월 말엔 4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입국자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2011년 200만 명을 돌파한 지 2년 만에 배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중국 국가여유(旅游·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으로 여행 간 한국인 숫자는 최근 몇 년간 400만 명 이상 수준을 대체로 유지했으나 올해는 396만 명으로 다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을 찾은 중국인이 중국을 찾은 한국인을 처음으로 추월하는 것이 된다. 11월 말 기준으로 중국인 입국자 수는 같은 기간의 일본인 입국자 수(250만 명)보다 100만 명 이상 많았다.



이처럼 중국인들의 입국이 급증한 데 대해 여행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30여 년의 고속 경제성장으로 중국인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1인당 소득이 2011년 말에 이미 5000달러를 넘었고 동부 연안 지역의 경우 1만 달러를 돌파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외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중국 정부도 해외 여행 문턱을 낮췄다. 한류와 K팝의 인기가 중국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안전 신화가 무너지고 2012년 이후 중·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상대적으로 한·중 관계가 개선된 것도 한국행이 늘어난 요인으로 분석된다.



 법무부 이민정보과 김동철 사무관은 “인천·김해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에게 5월부터 72시간 관광이 가능한 ‘무비자 입국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이 반응이 좋다”며 “최근 많이 늘고 있는 중국인의 크루즈 여행 편의를 위해 비자 심사관을 중국 현지로 보내 선상에서 비자심사를 하는 등 각종 비자 발급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종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입국자 4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국내 항공사와 유통업계도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 구은경 부장은 “중국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항공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7월에 부산~난징(南京) 신규 노선을 개설해 하늘길을 넓혔다”고 말했다.



 관광객의 중심이 일본인에서 중국인으로 바뀌면서 서울 명동의 상인들도 중국어 안내판을 내걸고 있다. 중국 관광객을 상대하기 위해 중국인을 고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명동에만 18개의 화장품 매장을 갖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전체 직원 195명 중 중국인 직원이 67%인 130명이다.



 지난 10월 중국 정부가 여행사의 저가 모객 행위 등을 금지하는 여유법을 시행해 해외여행을 억제하고 자국 내 여행 소비를 늘리려 했지만 당장 국내 관광산업에 큰 피해를 주진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관광업계는 여유법 시행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쯔주요우커(自助游客)’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쯔주요우커란 여행사 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맞춤형 관광에 나서는 자유여행족을 말한다. 



글=장세정·박태희 기자, 제주=최충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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