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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국기사 뭉쳤다 하면 중국보다 한 수 위

중앙일보 2013.12.27 02:30 종합 25면 지면보기
한국이 올 세계대회 단체전에서 중국을 누르고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바둑이 단체전에서 강한 이유를 찾아낸다면 중국을 극복할 비책도 찾아질지 모른다. 사진 오른쪽부터 주강배에서 중국의 세계 챔프 팀을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한 최철한·강동윤·박정환 팀, 그 왼쪽부터는 한때 세계를 호령했으나 이번 대회 4위에 그친 조훈현·유창혁·이창호 팀.


“놀랍다. 한국인들은 뭉칠수록 강해진다.”

올 세계대회 단체전 휩쓸어
박정환·강동윤·최철한 팀
상담기로 치른 주강배 우승
조훈현·이창호·유창혁 팀 4위



 주강배 결승전을 지켜본 중국 기자의 말이다. 20∼25일 닷새간 광저우(廣州)에서 열린 제1회 주강배 세계바둑단체선수권 결승에서 한국의 박정환·강동윤·최철한 팀이 중국의 천야오예·스웨·저우루이양 팀을 흑 불계로 격파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200만 위안(약 3억5000만원). 한국은 올해 세계대회 개인전에서 중국에 모두 졌지만 단체전은 모두 이겼다. 더구나 이번 주강배 결승전은 공식 대회 사상 처음으로 ‘상담기’로 치러졌다. 3인의 선수가 서로 상의해 착점을 결정하는 방식인데 이 방식으로 대국을 하자 한국 팀은 무한히 강해졌고 중국은 오히려 점점 약해졌다.



상담기 방식으로 치러진 주강배 결승전에서 박정환 9단이 최철한?강동윤 9단과의 상의를 끝내고 착점하는 모습. 그 착점이 연락원에 의해 다른 방에 있는 중국 팀에 전해진다.
  한국팀은 랭킹에선 비슷하지만 올해 업적에선 상대가 안 될 정도였다. 박정환 9단은 한국랭킹 1위고 최철한은 4위, 강동윤은 6위다. 중국은 천야오예 9단이 중국랭킹 1위, 스웨 9단 2위, 저우루이양 9단 5위. 올해 세계대회 개인전 우승 경력을 보면 한국 선수는 우승컵이 전무한 데 중국은 3명 모두 세계 챔프다. 천야오예가 춘란배, 스웨가 LG배, 저우루이양이 바이링배에서 우승했다. 제한시간은 각 4시간 반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최철한의 치열함, 강동윤의 창의성, 막내 박정환의 치밀함이 조화를 이루며 한국팀은 역사에 남을 명국을 두어 나갔고, 중국은 서로 의견이 엇갈렸는지 “한 사람이 두는 것보다 약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래알이 되고 말았다.



 신기한 일이다. 한국은 올해 개인전에선 중국에 여섯 번 모두 졌지만 단체전에선 농심신라면배, 초상부동산배, 아시안게임 실내무도, 2013스포츠어코드에 이어 이번 주강배까지 다섯 번 연속 이겼다. 한국 바둑도 정상급들이 공동연구를 착실히 해나간다면 충분히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강배는 중국 최대의 강관 회사인 번우주강강관 유한공사가 후원하는 대회로 15개 나라가 참가했다. 한·중·일의 와일드카드 팀(30세 이상·세계대회 우승자)이 특히 화제였는데 한국은 조훈현·이창호·유창혁으로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4천왕 중 3인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2001년 농심배 이후 12년 만에 같은 팀으로 출전했다. 일본 와일드카드 팀도 조치훈·고바야시 고이치·다케미야라는 일본 바둑 전성기를 이끈 추억의 인물들로 짜였는데 이들은 단체전에 함께 나선 것조차 처음이었다. 중국 와일드카드 팀(창하오·쿵제·구리)은 훨씬 젊었다. 준결승까지는 상담기가 아닌 1대1 대결 방식이었는데 중국의 창하오 팀이 3위, 한국의 조훈현 팀이 4위, 일본의 조치훈 팀은 5위를 차지했다. 4위에게도 40만 위안(7000만원)의 상금이 돌아왔다.



박치문 전문기자  



◆상담기=2명이나 3명이 한 팀이 되어 서로 연구·토론하며 착점을 결정한다. 팀이 각각 다른 방을 사용하고 연락원이 있다. 옛날 일본에서 상담기가 두어진 적이 있지만 공식 대회에선 이번 결승전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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