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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의 귀환 … 통신판 '황의 법칙' KT 재도약 이끌까

중앙일보 2013.12.27 02:30 경제 5면 지면보기
황창규(60) 전 삼성전자 사장이 국내 최대의 유무선 통신기업 KT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통신 업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앙포토]
올해 연말 정보기술(IT) 업계를 달군 화제는 ‘황창규의 귀환’이었다. 황창규(60)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16일 이석채 전 회장의 낙마로 큰 혼란을 겪었던 KT를 이끌 새 회장으로 선임됐다. 2009년 삼성전자 부회장 승진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난 지 4년여 만에 국내 최대 통신업체의 ‘수장’으로 재계에 귀환하는 셈이다. 그가 앞으로 산적한 난제를 헤치고 KT의 재도약을 이끄는 통신판 ‘황의 법칙’을 만들 수 있을지 벌써부터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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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 회장 내정자는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세계 반도체 1위 신화를 주도한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책임연구원, 미국 인텔사 자문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IBM 등 유수의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과감하게 뿌리치고 삼성을 택했다. “일본을 이겨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라는 게 그가 삼성을 택한 이유다. 1990년대 초 그가 입사한 후 삼성전자는 16메가 D램을 개발하면서 일본을 제치기 시작했다.



 시장을 읽고 미래전략을 수립해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도 받는다. 그는 2000년대 들어 “각종 모바일 기기를 들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 시대에는 저장용 플래시메모리가 D램을 제치고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플래시에 집중했다. 그의 예측이 적중하면서 삼성전자는 일본을 멀찌감치 물리치고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단단히 다졌다. 이 때문에 해군장교 출신인 황 회장 후보는 삼성전자 재직 시절 ‘황순신’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의 좌우명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언인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다.



 황 회장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인 ‘황의 법칙’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의 전문성과 추진력을 상징한다. 그가 2010년 국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 단장으로 왔을 때 얘기다. 기자들에게 “생쥐가 미로를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미로 벽을 직선으로 갉아먹으면서 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적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단 KT의 주가는 그의 회장 선임 소식이 전해진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맞설 통신시장은 그리 만만치 않다.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쥔 삼성전자와 달리 KT는 내수 중심의 치열한 경쟁과 까다로운 소비자, 시장의 룰을 지배하는 정책 당국을 동시에 상대해야하는 분야다. 산업구조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래서 통신·서비스 사업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거론된다. KT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아직도 공기업의 조직문화가 남아 있고, 조직은 비대한 데다, 내부 갈등도 심각해 손봐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황 회장 후보는 선임 이후 “미래의 ICT(정보통신)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인사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하겠다. KT의 경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임원들이 앞장서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창의와 혁신은 그가 삼성전자 시절부터 강조했던 단어다. 특유의 추진력으로 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투명한 인사를 통해 흔들리는 KT를 바로잡겠다는 의지표현으로 풀이된다. 그는 구한말 사군자 중 매화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화원화가(조선시대 그림 관장 관청인 도화서에서 일한 직업화가) 황매산 선생의 친손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술에 대해서도 깊은 조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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