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중앙일보 선정 새뚝이 ⑤ 경제
시장을 읽고 미래전략을 수립해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도 받는다. 그는 2000년대 들어 “각종 모바일 기기를 들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 시대에는 저장용 플래시메모리가 D램을 제치고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플래시에 집중했다. 그의 예측이 적중하면서 삼성전자는 일본을 멀찌감치 물리치고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단단히 다졌다. 이 때문에 해군장교 출신인 황 회장 후보는 삼성전자 재직 시절 ‘황순신’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의 좌우명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언인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다.
황 회장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인 ‘황의 법칙’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의 전문성과 추진력을 상징한다. 그가 2010년 국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 단장으로 왔을 때 얘기다. 기자들에게 “생쥐가 미로를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미로 벽을 직선으로 갉아먹으면서 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적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단 KT의 주가는 그의 회장 선임 소식이 전해진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맞설 통신시장은 그리 만만치 않다.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쥔 삼성전자와 달리 KT는 내수 중심의 치열한 경쟁과 까다로운 소비자, 시장의 룰을 지배하는 정책 당국을 동시에 상대해야하는 분야다. 산업구조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래서 통신·서비스 사업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거론된다. KT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아직도 공기업의 조직문화가 남아 있고, 조직은 비대한 데다, 내부 갈등도 심각해 손봐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황 회장 후보는 선임 이후 “미래의 ICT(정보통신)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인사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하겠다. KT의 경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임원들이 앞장서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창의와 혁신은 그가 삼성전자 시절부터 강조했던 단어다. 특유의 추진력으로 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투명한 인사를 통해 흔들리는 KT를 바로잡겠다는 의지표현으로 풀이된다. 그는 구한말 사군자 중 매화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화원화가(조선시대 그림 관장 관청인 도화서에서 일한 직업화가) 황매산 선생의 친손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술에 대해서도 깊은 조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손해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