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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태어나면 금반지 주는 시골마을

중앙일보 2013.12.27 01:36 종합 16면 지면보기
충북 옥천군 안내면은 인구 2100여 명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한때 인구가 7500여 명에 달했지만 도시화와 이농현상으로 크게 줄었다.


옥천 안내면 주민기금 모아
2005년부터 55명에게 선물
한때 금값 뛰어 고충 겪기도

인구가 감소하니 지역의 유일한 안내초등학교가 한때 폐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현재 이 학교의 학생 수는 38명이다. 도심 학교 1개 반 수준이다.



 보다 못한 주민 80여 명이 2004년 안내면을 사랑하는 천사들의 모임(안내천사모)을 만들고 매달 1004원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는 참여자가 14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모아진 돈으로 2005년부터 지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금반지 1돈(3.75g)을 전달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인구 1명이 귀한 곳에서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자는 의미였다. 지난해까지 50명에게 금반지를 선물했다. 첫해 금반지를 받은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됐다. 올해는 30일 이종찬·송준형군, 권효주·한지은양, 귀농자 자녀 1명 등 5명이 금반지를 받는다. 종찬군의 아버지 이성기(45)씨는 “아이에게 뜻 깊은 선물을 줘 감사하다”며 “(나도)안내천사모에 가입해 뜻을 같이하겠다”고 말했다.



 기금은 매년 170만원가량 모이는데 2010~2011년엔 신생아가 15명이나 돼 그동안 모았던 돈을 대부분 소진했다. 당시 금값이 1돈에 27만원까지 치솟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올해는 금값이 19만원가량이어서 숨통이 틔었다고 한다. 일부 독지가는 모임 취지에 공감해 돈(1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나섰지만 주민들이 “순수한 취지에서 시작했고 주민들의 몫”이라며 사양했다. 모임은 기금 규모를 확대해 금반지를 받았던 초등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내천사모 한영수 회장은 “신생아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자체가 시골마을 주민들에게는 큰 기쁨”이라며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를 끌어들이는 데 조금이나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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