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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는 학교·파출소는 안 오고 가라는 공장은 버티는 신도시

중앙일보 2013.12.27 01:18 종합 16면 지면보기
경기도 하남 미사강변도시의 레미콘 공장 모습. 신도시 계획에 따라 진작 옮기고 그 자리에 학교를 세웠어야 하지만 까다로운 법규 해석 문제로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생활에 꼭 필요한 공공시설은 안 들어오고, 나가야 할 시설은 버티고. 경기도 내 신도시들이 이런 상황을 겪고 있다. 아파트 입주는 수년 전에 끝났건만 들어오기로 했던 학교·주민센터·파출소가 감감무소식인 곳이 상당수다. 일부 신도시는 입주가 코앞인데도 학교 지을 자리에 있는 공장 등이 옮길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주민 불편이 예상된다.



 26일 경기도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준공된 경기도 신도시 27곳 가운데 23곳에 당초 예정됐던 공공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2008년 3월 준공된 고양시 풍동 신도시에는 준공 때까지 주민센터·파출소·소방파출소가 하나씩 들어오기로 했으나 아직껏 소식이 없다. 화성시 봉담(2008년 6월 준공)과 고양시 행신2(2009년 7월)는 두 곳 모두 여태껏 주민센터와 파출소가 생기지 않았다.



2010년 7월 완공된 용인시 흥덕지구에는 7곳이 세워지려던 학교 중 4곳만 문을 열었다. 초·중·고 각 1개교씩 부지는 잡아놨으나 그 이상 진척이 없다. 이곳의 아파트 아너스빌에 입주한 양모(43·여)씨는 “아이가 코앞 학교에 다닐 줄 알았는데 자동차로 매일 20분 넘는 거리까지 등·하교를 시키고 있다”며 “왜 약속된 학교가 문을 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박상원 학교설립과장은 “중앙정부 재정 부담이 학교 설립을 늦추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신도시 27개 지구 전체로 보면 입주가 잡혀 있던 167개 공공시설 중 44곳이 들어오지 않았다. 거의 넷 중 하나(23%)가 아직 소식이 없는 것이다.



 현재 입주 중인 수원시 광교신도시 주민들 또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하초등학교 맞은편 단독주택단지는 주민센터가 세워지지 않아 걸어서 30분 넘게 걸리는 원천동 주민센터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한편에서는 입주 예정 신도시에서 나가기로 약속한 시설이 버티는 바람에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내년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하남 미사강변도시가 그렇다. 하남시 덕풍동 일대에 2015년 말까지 1만5000가구가 입주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레미콘 공장 2곳과 수산물유통시설 등이 말썽이다.



 레미콘 공장 2곳은 하남시 초이동 그린벨트 지역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초·중학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 신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LH는 “그린벨트로 옮기지만 특별법 적용 대상이어서 환경영향평가 없이 바로 옮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안 될 말”이라고 반대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려면 최소 2년이 걸린다. 그 후 공장을 옮기고 학교를 지으려면 빨라도 2018년은 돼야 한다. 결국 2015년에 입주할 주민들은 최소 3년간 학교 없는 단지에 살아야 하는 것이다.



 레미콘 공장 말고도 수산물유통시설은 “옮길 곳이 부적절하다”며 다른 곳을 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국대 조명래(도시지역계획과) 교수는 “신도시 조성 계획이 치밀한 공공시설 수요 분석 없이 그저 택지를 조성해 분양하는 정도만 검토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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