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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두 배, 거래 지지부진 … 코넥스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2013.12.27 00:44 경제 1면 지면보기
‘절반의 성공’.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 활성화의 한 방안으로 설립한 제3 주식시장 코넥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상장기업이 늘고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등 외형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


[이슈추적] '제3 증시' 6개월 점검해보니
상장사 60% 주가 떨어져 증권사들 무관심도 심각
"코스닥 가는 인큐베이터 내년 펀드 생기면 투자 늘 것"

 코넥스는 은행 대출에만 의존해 온 중소기업이 자본시장에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를 위해 ▶자기자본 5억원 ▶매출 10억원 ▶순이익 3억원 중 하나만 총족하면 상장할 수 있게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지난 7월 출범식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부문이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출범 6개월, 시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몸집은 커졌다. 개장 당시 21개사에 불과했던 상장기업이 45개사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시가총액도 개장 첫날 4689억원에서 26일 현재 9155억원으로 불었다. 정운수 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부장은 “상장 기업 50개 돌파라는 올해 목표에 거의 도달했다. 시장이 조금씩 활력을 찾고 있다”고 자평했다.



 문제는 거래량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성이 확보돼야 적정 가격이 형성돼 상장사들도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루 거래량이 첫날 거래량인 21만9700건을 넘어선 것은 이틀뿐이었다. 지난달 월평균 거래대금(2억5200만원)은 출범 초기보다 42% 줄었다. 그나마 12월에는 거래량이 소폭 개선됐다. 특히 26일은 두 개 기업이 새로 상장되고 연말효과까지 겹치면서 거래량이 21만9400주까지 늘었다. 하지만 45개 종목 중 절반도 채 안 되는 22개 종목에서만 거래가 이뤄졌다. 또 이번달에만 종목 수가 13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거래량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다.



 이 때문에 코넥스 상장 기업의 증자 건수는 다섯 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두 건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주식으로 전환되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실제 유통 주식 증가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증자 건수가 적다 보니 시장에서 거래될 주식 자체도 많지 않다.



 거래가 위축되면서 덩달아 주가도 부진하다. 상장 종목들의 주가는 60% 이상이 개장 초기보다 떨어지거나 그대로다. 물론 ‘대박’난 업체도 있다. 수자원 관리 기업 웹솔루스는 지난 7월 1일 주가 1800원에서 3990원으로 120% 상승했다. 비나텍·하이로닉·랩지노믹스 주가도 60% 넘게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쉽게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매물도 적지만 투자하려는 사람도 늘기 어려운 구조다. 개인투자자들은 예탁금이 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김창호 코넥스협의회장은 “코넥스 활성화를 위해선 개인투자자의 진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코넥스 성공의 필수조건이었던 11개 지정자문 증권사들도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11 곳 중 7개 증권사는 출범 6개월간 코넥스 상장 기업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한 건도 작성하지 않았다. 분석 보고서를 낸 곳은 HMC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IBK투자증권·키움증권뿐이었다. 그나마 나온 보고서도 30건에 불과했고, 해당 기업은 22개사뿐이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코넥스에서 돈을 벌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거래량만으로 코넥스를 평가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일반 개인투자자의 접근이 제한된 시장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코넥스 시장은 창업 초기 단계 기업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나아가 코스닥으로 넘어갈 수 있는 통로이자 인큐베이터로 봐야지 단순히 거래량만으로 성패를 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상장 기업들 역시 “홍보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김창호 코넥스협의회장은 “상장 기업이 되면서 인재 유치뿐 아니라 해외 마케팅 측면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준비 중인 코넥스 관련 펀드가 탄생하면 여건은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 투자펀드인 성장사다리펀드와 함께 코넥스 전용 민간펀드인 ‘IBK금융그룹 코넥스투자조합’에서도 코넥스 시장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국회도 팔을 걷어붙였다. 중소기업 창업투자 조합이 상장사에 출자할 때 그 비중을 전체 주식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제를 코넥스 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운수 한국거래소 부장은 “코스닥 상장 기준을 완화해 주는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으로 코넥스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 코스닥 진입 사례가 빨리 나와 분위기가 좋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코넥스(KONEX)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벤처·중소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개설된 중소기업 전용 제3 주식시장. 자기자본·매출액·공시의무 등 진입장벽을 기존 주식시장에 비해 대폭 낮췄다. 코넥스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통해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 코스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사다리 역할을 한다. 개인은 기본 예탁금이 3억원 이상 있어야 코넥스 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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