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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우 "독일 어린이 방송 봐요 … 말부터 트려고"

중앙일보 2013.12.27 00:31 종합 30면 지면보기

지난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경기도 안성시 중앙대 축구부 훈련장. 선수들이 외박을 떠나 텅 빈 이곳에서 한 선수가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며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 입단해 손흥민(21)과 한솥밥을 먹게 된 ‘한국 축구의 미래’ 류승우(20)였다.



류승우의 별명은 ‘애기’다. 하지만 류승우의 앳된 얼굴 뒤에는 힘겨운 환경을 뚫고 유럽 최고 무대에 서기까지 스스로를 단련한 뚝심이 숨어 있다. 류승우가 25일 모교인 중앙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안성=양광삼 기자]

레버쿠젠서 손흥민과 뛰는 스무살

앳된 얼굴의 스무 살 청년에게 2013년은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류승우는 터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2골을 넣어 한국의 8강행을 이끌었다. 하루아침에 ‘귀하신 몸’이 된 그는 도르트문트(독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러브콜을 받았다. K리그 도전을 결심하고 제주에 입단했지만, 곧장 레버쿠젠으로부터 좋은 조건에 임대 제의가 왔다.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뒤 23일 일시 귀국한 류승우를 만났다. 그는 “내년 초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은 쉴 때가 아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 레버쿠젠을 방문하고 돌아온 소감은.



 “모든 게 꿈같고 신기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류승우입니다’라는 독일어 문장을 달달 외워 사미 히피아(40) 감독님께 인사드렸다. 루디 펠러(53) 단장님께서 껄껄 웃으시며 ‘조금 틀렸지만 괜찮다. 경기장 안에서도 오늘처럼 도전적으로 임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이틀간 신세를 진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형이 ‘낯설다고 혼자 우두커니 있으면 바보취급 당하니 밝게 지내야 한다. 언어장벽부터 극복하라’고 일러줬다. 인터넷 강의로 독일어 독학을 시작했다. 독일 TV 어린이 채널 ‘킨더카날’도 열심히 볼 생각이다.”



 - 레버쿠젠을 택한 배경은.



 “도르트문트와 레알 마드리드는 K리그에서 실력을 다진 뒤 도전하자는 생각에 거절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더라. 제주 입단 직후 레버쿠젠이 좋은 조건으로 임대를 제의해 구단 간 합의가 이뤄졌다. K리그 데뷔는 연기됐지만 내 프로 첫 팀은 제주다. 제주 소속 선수로 유럽 무대에 도전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 손흥민이 레버쿠젠행에 영향을 미쳤나.



 “외국에서 같은 나라 선수와 함께 뛰는 건 행운이다. 흥민이 형은 나이도 어린데 공간 침투 능력과 슈팅력, 골 결정력이 대단하다. 철저한 준비가 자신감을 낳고, 그것이 과감한 플레이로 연결되는 것 같다.”



 - 22일 레버쿠젠-브레멘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레버쿠젠은 수비가 견고하고 강력한 역습 능력을 갖췄다. 아기자기한 축구를 좋아하는 나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새 팀이 요구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가겠다. 부족한 수비력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다.”



 -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다던데.



 “경남 김해에 사시는 부모님은 빠듯한 살림살이 속에서 외동아들인 날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셨다. 아버지는 지금도 개인택시를 하시고, 어머니는 식당 일을 하시다가 최근 몸이 좋지 않아 그만두셨다. 없는 형편에도 강원도까지 찾아가 개구리·장어·붕어 등 몸에 좋다는 음식을 뭐든 챙겨오셨다. 중학생 시절 고생하시는 두 분이 안타까워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는 고교에 진학했다. 죽기 살기로 운동해 대학에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레버쿠젠 월급을 받으면 최소한의 용돈만 빼고 모두 부모님께 드릴 거다.”



 - 체격조건(1m72㎝·67㎏)이 불리하다는 우려도 있다.



 “학창 시절 ‘키만 좀 더 컸으면 프로에서 뛸 수 있을 텐데’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줄넘기를 하면 키가 큰다는 말을 듣고 매일 1000개씩 6개월 동안 한 적도 있는데, 몸만 좋아지더라. 다행히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체격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유럽 또한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내 롤 모델은 1m70㎝인 이니에스타(29·바르셀로나)다.”



 - 2014년의 목표는.



 “U-20 월드컵 직후 언론이 ‘제2의 박지성’이라는 과분한 별명을 붙여줘 몸 둘 바를 몰랐다. 체격조건 등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이 뛰려 노력했을 뿐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좌우명 하나만 붙잡고 여기까지 왔다. 선배들이 독일 무대에서 쌓은 좋은 이미지를 망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안성=송지훈·박린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류승우는 …



■생년월일 : 1993년 12월 17일(출생지 김해)

■가족 : 아버지 류재근(49)·어머니 김원자(48)

■포지션 :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학교 : 김해 합성초 - 안산부곡중 - 남수원중 - 수원고 - 중앙대

■별명 : 리틀 박지성(박지성과 플레이 스타일이 흡사해서)·애기(또래에 비해 동안이라)

■대표팀 경력 : 2012년 AFC U-19 챔피언십(우승), 2013년 FIFA U-20 월드컵(8강)

■용돈 : 없음(레버쿠젠 첫 월급 받으면 30만원 정도 기대)

■자주 가는 맛집 : 중대 앞 분식집 ‘F학점’의 4500원짜리 참치비빔밥(2개 시키면 서비스로 된장찌개를 준다)

■축구게임 때 고르는 팀 : 이니에스타가 있는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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