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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태양 전지보다 30배 강력한 원전, 우주에 띄운다

중앙일보 2013.12.27 00:10 7면 지면보기
메가와트급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우주 원자력 발전 모듈의 상상도. [로스아톰]


러시아가 심우주를 개척하고 우주 저궤도에서 장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신형 다목적 에너지 모듈 개발에 착수했다. 5년 내로 우주비행학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릴 엔진의 시험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14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의 ‘로스아톰’ 연구소에서 원자로 시험 테스트가 시작될 전망이다. 에너지 모듈 개발엔 170억 루블이 투입된다.

우주 개발 새 길 열리나
로스아톰 연구 프로젝트 착수 … 2018년 고속중성자로 실험
에너지 확보로 먼 행성 탐사, 우주쓰레기 청소에도 활용



새 모듈은 우주에 세워진 원자력 발전소로 거대한 동력원이다. ‘로스아톰’과 ‘로스코스모스’의 개발자들은 “에너지모듈 구상에 제시된 기술로 21세기 우주항공분야의 과제를 전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를 궤도에서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스아톰’의 톰세르게이 키리엔코 사장은 에너지모듈에 사용될 원자로와 관련, “고속 중성자를 쓰는 고온가스냉각형원자로가 될 것이며 2018년 이 원자로를 지상에서 실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격 대비 동력으로 볼 때 이 원자로의 유지비는 현재 우주비행에 사용되고 있는 태양 전지보다 세 배 저렴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늘날 우주비행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학이 처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당시 피스톤 엔진으로는 항공기의 속력과 항속거리를 더 이상 크게 높일 수 없었다. 제트엔진이 등장하면서 항공학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우주기술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다. 핵심 과제를 해결하기엔 에너지 기술이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우주선의 동력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1950년대 중반이다. 그때 벌써 소련 원자력 프로젝트와 우주개발계획의 선구자였던 학회 회원 이고리 쿠르차토프, 므스티슬라프 켈디시, 세르게이 코롤레프가 관련 계획을 추진했다.



현재 우주정거장은 동력원이 부족하다. 태양전지가 생산하는 100㎾는 구소련의 우주정거장 ‘미르’보다는 훨씬 많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원자력 엔진을 탑재한 신형 에너지모듈을 사용하면 발전량을 20~30배 증대시킬 수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회원이자 켈디시 연구소 소장인 아나톨리 코로테예프는 신형 모듈과 구형 모듈의 차이를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일반 자동차의 차이로 설명한다. 일반 자동차는 엔진이 직접 바퀴를 돌리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엔진에서 나오는 전기가 바퀴를 돌린다. 즉 중간에 발전기가 추가된다. 그는 “우리는 우주선 원자로로 추진체를 가열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고온 가스로 터빈을 돌려 발전기와 폐쇄계 작업물질을 순환시키는 콤프레서를 가동하는 것이다. 발전기는 화학연료 엔진보다 비추력(추진제 1㎏이 1초간 소비될 때 발생하는 추력)이 20배 뛰어난 플라스마 엔진에 전기를 공급한다”고 말했다.



모듈 에너지의 비추력을 이용하면 로켓엔진 연료 사용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고 추진체의 방사능 오염도 피할 수 있다.



이 기술로 다양한 우주 과제의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키리엔코 사장은 “모듈을 고궤도에 올려놓는 비용도 반으로 절감할 수 있어 화성이나 금성 비행을 비롯해 대대적인 우주 개발의 길이 실제로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듈이 실용화되면 심우주에 유인탐사선을 보내고 행성에 사람이 체류할 수 있는 기지와 정거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테예프 소장은 “미국 우주인이 달에 착륙했던 것처럼 단기 탐사가 아닌, 충분히 오랜 시간 다른 행성에 머무를 수 있게 하려면 소위 ‘전기 콘센트’, 즉 안정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지금 수준의 에너지효율을 갖춘 태양 전지로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모듈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켓우주공사 에네르기야의 비탈리 로포타 사장도 “현 상황에서 태양계 개발은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해야만 가능하다”고 공감했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1메가와트급(1000㎾) 원자력 엔진을 저궤도 우주선이나 달, 화성을 비롯한 태양계 천체를 연구하기 위한 유·무인 우주선에 탑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원자로의 활용 방안에는 통신중계위성, 안보 위성, 연구 위성, 화물 운반용 궤도 간 수송선이나 유인 행성 간 정거장 등 수십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



특히 저궤도의 우주쓰레기 청소에 모듈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주쓰레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수명이 다한 우주선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모두 강력한 자체 에너지원을 필요로 한다. 에너지모듈은 폐기된 인공위성을 위험 궤도에서 수거해 안전 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압선(뒤에서 미는 장치, Pusher)이나 예선(앞에서 끌어가는 장치), 정거장, 혹은 ‘진공청소기’와 같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새로운 장치에 쓰일 수 있다.



더 어려운 과제는 소행성의 충돌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때는 예선이 아닌 강력한 압선이나 충격발생모듈이 필요하다. 지구와 충돌 위험이 있는 혜성의 궤도를 바꾸려면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로스아톰 산하 돌레잘 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이자 수석설계자,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준회원인 유리 드라구노프는 “이 사업에 수많은 노하우와 신기술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순수한 러시아만의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기술설계 단계에서 원자로에 한번 연료를 공급해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로스코스모스’의 협력체들이 제시한 기한이다.



알렉산드르 예멜리야넨코프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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