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해져가는 러시아인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심리조사
소련 붕괴 뒤 급격한 변화 주요인
정부 향한 분노가 다른 데로 분출
현대 러시아에서는 ‘공격적’이란 단어가 긍정적인 뉘앙스를 띠는 경우가 많다. ‘공격적 광고’는 효과가 큰 광고를, ‘승용차의 공격적인 디자인’은 훌륭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축구 팬이나 민족주의 기관 등 다양한 하위문화 역시 공격성이 유행하는 데 일조했다. 정부와 많은 언론사도 마찬가지였다. 안드레이 부소장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공격성을 낳는다. 일반 시민은 정부에 ‘접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정부에 대한 분노가 일반 시민 사이에서 분출되거나 여러 사회적 그룹에 전가된다”고 말한다. 외부 자극을 통해 지각하는 폭력도 주요 원인이다. 러시아 방송에서는 특정 국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주변 상황이 적대적이고 위험한 것처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꽤 자주 방영한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연구원들은 “소비에트 이데올로기의 특징인 ‘타자라는 적’은 요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한편 긍정적 흐름도 있다. 안드레이 부소장은 “한 나라가 오랫동안 극도로 공격적인 상태에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러시아는 소련이 붕괴한 뒤 급격한 사회 변화가 일어난 90년대 초의 모습을 매일 떨쳐내며 안정을 찾아가고 새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많은 러시아인이 휴양차 외국으로 여행을 가며 대개는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유럽 국가로 가는데 거기서 사람들 사이의 호의적 관계가 일반적이라는 것을 느끼고 그런 분위기를 러시아로 유입시킨다는 것이다.
타티야나 블라디키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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