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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하산 할아버지' 피격 1년 … 러 마피아 시대 저무나

중앙일보 2013.12.27 00:10 1면 지면보기
미·러 합작 마피아 영화 `낯선 여인`의 한 장면. [일리아 바자르스키]
2013년 1월 16일 오후 2시쯤. 모스크바 시내 볼샤야 니키츠카야 거리의 교통체증에서 빠져나온 고급 외제차 행렬이 캅카스 식당인 ‘스타리 파에톤’ 레스토랑으로 접근했다. 다른 차에서 내린 검은 슈트 차림의 건장한 경호원 몇 명이 재빨리 중심 차량을 에워쌌다. 작은 키의 노인이 방탄 벤츠에서 내려 레스토랑 문으로 느린 걸음으로 걸어갔다. 1월의 차가운 날씨 속에서 발길에 밟히는 눈이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냈다.


올초 암흑가 대부 사망 이후
범죄조직 행태에 변화 조짐
양대 파벌 몰락 … 총격전 실종

노인이 다가서자 문이 열리고 젊은 여종업원의 친절한 얼굴이 나타났다. 그 순간 총성이 울리면서 레스토랑 안뜰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여섯 발의 총성이 연속적으로 울렸다. 총알이 노인의 머리에 명중했고 이어 등의 경동맥을 관통했다. 경호원들의 응사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노인은 죽었다. 여종업원은 척추에 심각한 총상을 입었다.



한 시간 뒤 중앙언론은 뉴스 특보로 도배됐다. 러시아 범죄계의 대부로 ‘하산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75세의 아슬란 우소얀이 암살된 것이다. 우소얀 피살 소식은 한때 트위터 톱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러시아 언론이 ‘캅카스 마피아의 두목’으로 꼽은 인물이었다. 1980년 후반부터 러시아 남부의 범죄조직을 관리하면서 불법 도박, 마약 및 무기 밀매, 천연자원 채굴에 주로 손을 댔다. 문제는 2006년부터 그가 동향인 조지아 출신의 ‘타로’라는 별명의 타리엘 오니아니와 갈등을 벌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소얀은 ‘하산 할아버지파’의 두목이었고, 오니아니는 ‘쿠타이스카야파’의 두목이었다. 그 때문에 우소얀의 피살을 러시아 최대 마피아의 전쟁으로 보는 관측이 퍼졌다. 언론들은 범죄 전문가들에게 “우소얀 피살로 러시아 마피아들 간에 피의 복수가 시작되느냐”고 물었다.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긴 했다. 그럼에도 이 싸움이 범죄조직 간의 싸움이긴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들의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의견이 대부분 일치했다. 1990년대식으로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을 난사하는 일은 먼 과거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조직범죄 전문가인 경찰청 알렉산드르 구로프 중장(러시아 경찰은 군인 계급을 사용)은 일간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범죄계 대부들은 구멍 난 부츠를 신고 핀란드제 단도를 차고 금니를 박아넣는 짓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거대 사업체 대표가 됐다. ‘집단 난투극’식의 마피아 전쟁은 이제 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는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니아니도 체포돼 겉모습으로 러시아 마피아의 두 거대세력은 침몰하는 듯하다.



통계가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경찰청과 통계국의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3년 범죄는 소련 붕괴 이후 가장 낮은 2386만 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2628만 건, 2011년 2404만 건, 2012년 2302만 건으로 줄어드는 추세이기도 했다. 이는 러시아의 범죄 환경이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사법 당국에 가장 힘든 한 해는 2006년으로 꼽힌다. 경찰청의 블라디미르 오브친스키 준장은 2006년을 ‘범죄의 극성기’로 꼽는다. 그해에 3855만 건의 범죄가 있었다. 소련 붕괴 직후인 1990년 1839만 건, 1995년 2755만 건, 2000년 2952만 건, 2005년 3554만 건으로 증가했다. 더불어 ‘마피아 범죄’로 불리는 조직범죄도 늘었다. 2000년 17만 건, 2001년 12만 건, 2002년 12만 건, 2003년 14만 건, 2004년 22만 건으로 증가 추세였다.



2006년 피크였던 범죄가 줄어드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벌인 ‘범죄와의 전쟁’을 꼽는다. 2006년에는 전쟁이 막 시작돼 검거율이 높았으며 이후엔 범죄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범죄방지대책 확대회의에서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올해 모스크바의 범죄 상황은 안정됐다. 강도, 약탈, 절도, 차량 절취, 난동과 같은 조직 중범죄가 대폭 줄었다. 거리와 광장, 기타 공공장소들에서 벌어지는 범죄도 15%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신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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