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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철도노조 '습관성 파업' 막으려면

중앙일보 2013.12.27 00:08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동호
경제부문 기자
어느새 19일째로 접어드는 철도노조 파업은 습관성이 됐다. 어쩌다 파업이 반복되는지 알아보려면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김대중정부는 외환위기를 수습하자 공공 부문에도 과감한 개혁 바람을 일으켰다. 그해 인력 감축이 추진되자 조합원 9876명이 파업에 나섰다. 정부는 3일 만에 민영화 계획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후생복지와 수당까지 얹어 줬다. 노조로선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노무현정부가 들어와서도 민영화가 추진됐지만 노조 파업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노무현정부는 2006년 3월 인력 감축을 시도했다. 2005년 철도청을 철도공사(코레일)로 바꿀 때 경영 효율을 위한 구조조정이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노조 파업 앞에 다시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개혁 시도가 번번이 좌초되면서 철도파업은 내성만 키워 갔다. 2002년 파업 주도 혐의로 파면·해임된 조합원 21명은 2006~2007년 노사 합의를 통해 전원 복직되거나 특별 채용됐다. 파업을 벌일 때마다 오히려 당근이 나오고 징계가 유야무야되면서 경영혁신 시도에는 파업으로 대응한다는 등식이 체질화된 것이다. 이명박정부도 과도한 단체협약 수술에 나섰지만 허사였다. 노조가 4차례나 파업으로 맞서 정부를 굴복시켰다. 이번 파업까지 합하면 2002년 이후 철도파업은 모두 8차례에 달한다.



 왜 철도파업이 습관화됐는지는 자명해졌다. 파업을 주도해 징계를 받아도 코레일 내부에서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파업 때마다 단협이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 주고 있어서다. 코레일에선 대졸자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차장(3급)이 될 때까지 24년간 자동으로 승진한다. 지역 간 전배도 원칙적 금지라고 단협에 못 박혀 있다. 전체 직원 2만8000명 가운데 사장이 승진을 통한 인사권을 행사할 대상은 보직간부 600명가량에 불과하다. 파업에 따른 징계가 두려울 이유가 없다.



 더구나 파업을 주도하는 기관사들은 철도고·철도대 동문들이 많다.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라 유대관계가 끈끈하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월급 봉투가 얇아지고 있지만 파업 대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배경이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와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 코레일 출범 이후 6명의 사장 가운데 4명이 정치권과 인연을 가진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그 대부분이 노조 요구를 들어주면서 파업 내성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앞으로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되고 내부 혁신 없이는 철도파업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김동호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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