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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조급하면 창업강국 못 만든다

중앙일보 2013.12.27 00:08 경제 10면 지면보기
홍대순
아서디리틀(ADL) 코리아 부회장
핀란드의 대표적 기업인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다가 추락했다. 하지만 노키아가 무너진 자리를 신생 벤처기업들이 대신하는 산업구조의 전환이 진행되면서 핀란드 경제는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노키아에 가려던 많은 인재가 창업을 하게 되고, 그러한 창업을 통해 핀란드의 경제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노키아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핀란드의 사례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가 갖는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창업을 통한 혁신이 지속돼야 국가가 건전하게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페이스북·테슬라 같은 우수한 신생기업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기에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지닌 저력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창조경제·창업강국을 위한 서곡을 쓰고 있는 단계다. 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는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거대한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나온 방식이 아닌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구현돼야 하지만 우리는 너무 조급하게, 또 편협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벌써 창조경제·창업강국의 성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이러다 보면 전시행정의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자칫 배가 산으로 가버릴지도 모른다. 몇 가지 이벤트를 통해 또는 창업자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창조경제·창업강국이 단박에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창조경제·창업강국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바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다.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호랑이 엄마 등쌀에 공부하는 아이들” “지나치게 오래 공부하는 아이들과 교육비 부담이 큰 부모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가 해외 언론에 소개한 한국 교육의 모습이다. 한국 교육의 본질은 부모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다시 학원으로 가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은 좋겠지만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적인 사고와 창의성이 길러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이 보도가 100%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틀린 말도 아니기에 더 가슴이 아플 뿐이다.



 ‘삼성수능’과 ‘현대차 고시’라는 말도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대기업 입사 시험에 취업준비생 수십만 명이 몰리자 대형 사교육 업체들이 이에 대비하는 강의를 개설할 정도다. “한국은 유치원부터 입사 시험까지, 30년 동안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자탄의 목소리도 나온다. 젊은이들이 대기업만 바라보지 않고, 창업을 꿈꾸거나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등 다양한 선택을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부모가 창업을 말리고, 취업을 희망하는 당사자들조차 중소기업 입사를 기피하는 현실에서 이런 사회현상이 쉽게 사라질 리 만무하다. 창조경제·창업강국으로 가기 위한 대장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인은 역사적으로 창의적인 DNA를 타고났다는 점이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나 훈민정음·거북선 같은 발명품이 단적인 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비빔밥도 그렇다. 해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융합의 식문화가 이미 배어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성실·근면성에서는 어느 국가에도 뒤지지 않는 기질을 지니고 있다. 한국인에겐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글로벌 인재로서의 잠재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는 모든 것이 실타래처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단편적이고 근시안적 시각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 임의로 시한을 정해 놓고 정책을 무리하게 이행해서는 안 될 것이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조급증도 치유해야 한다. 또 교육뿐만 아니라 창업 생태계, 대기업-중소기업 구조, 국민의 행복지수 등을 오밀조밀 들여다보는 정책적 디테일이 필요하다.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에서 종합적인 청사진이 제시된다면, 당장 창조경제·창업강국의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국민은 신뢰와 희망을 갖고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홍대순 아서디리틀(ADL) 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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