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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수험생도 대학의 고객이다

중앙일보 2013.12.27 00:06 종합 34면 지면보기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24일로 전국 4년제 대학의 정시모집이 마감됐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초조한 심정으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수험생들에게 대학 입시는 매해 가혹하다. 육체적 피로 못지않게 불확실성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이 크다. 불확실성의 상당 부분은 정보 부족에서 온다. 정보를 쥐고 있는 쪽은 대학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정보 제공에 인색하다.



 우선 대학들의 입시 요강이 너무 늦게 나오는 데다 자주 바뀐다. 지난달 서울대는 현재 고2부터 문과생의 의대 진학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한 달 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시행해 달라”며 재고를 요청하면서 서울대는 시행 여부를 조만간 다시 발표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정시모집군을 현재의 나군에서 내년엔 가군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정시모집군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결정이 이루어진 시점이었다. 서울대는 대학별로 전형 시행 계획을 대교협에 제출하게 돼 있는 기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14일 이 내용을 발표했다. 가군에서 정시모집을 해오던 연세대·고려대에는 ‘한판 붙어 보자’는 전쟁 선포나 다름없었다. 이들 대학이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대를 피해 모집군을 바꿨지만 대학가에선 ‘일인자 서울대의 횡포’라는 비판이 많았다.



 내년에 대학들이 입시 요강을 또 어떻게 바꿀지 알 수 없다. 대학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요강을 조금씩 고친다. 이에 맞춰 수시·정시 모집에서 ‘눈치작전’을 펴야 하는 것은 오롯이 수험생들 몫이다.



 고3이 돼서도 정보 비대칭성은 바뀌지 않는다. 자기 실력과 성적으로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붙을 수 있을지 수험생은 알기 어렵다. 정보 부족을 파고드는 것은 사설 입시기관들이다. 대학들이 정보 제공을 꺼리는 사이에 입시기관들은 제각기 ‘입시 배치표’를 내놓는다. 다 합쳐 10개가 넘는데 어느 회사는 1차 합격자, 또 다른 회사는 최종 합격자 등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수험생들로선 신뢰하기도 어렵다. 자기 내신·수능 성적으로 특정 학과에 합격 가능성을 알아보려면 수험생은 수십만원의 컨설팅비를 입시기관에 내야 한다. 대학들이 합격자들의 성적 정보를 내놓지 않다 보니 지속되는 관행이다.



 올해 서울 소재 대학 대부분에서 정시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드물게 경쟁률이 오른 대학이 한양대와 이화여대다. 한양대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지난 수시부터 지난해 합격선, 실질 경쟁률을 완전히 공개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연간 170회이던 고교 방문 설명회를 2년 전부터 270회로 늘렸다. 대입 전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수험생들을 고객으로 대하며 적극 끌어안고자 한 이런 노력이 경쟁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수험생은 대학의 고객이다. 대학들이 이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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