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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민주당 … 근디 맛이 가부렀어" "안철수, 호남만 기대면 큰코다치제"

중앙일보 2013.12.26 01:39 종합 6면 지면보기
광주광역시의 대표 재래시장인 양동시장. 지난 24일 골목 안쪽에 나란히 앉아 대파를 다듬던 여성 상인들 사이에 한바탕 수다판이 벌어졌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 민주당 3배
광주 돌아섰나 … 현장서 들은 민심

 ▶A씨(42)=안철수가 창당을 한대.



 ▶B씨(63)=(가락을 넣어서) 광주는 오로지 민주당~! 죽으나 사나 민주당~! 근디 안철수는 모르겄고, 민주당이 맛이 가부렀어~!



 ▶C씨(51)=여그서도 (민주당 지지하는) 맘을 바꿔보자고 하니께.



 ▶A씨=안철수는 평범한 일을 했음 좋겠어. 마음이 너무 좋아.



 ▶B씨=강단이 없응게. 머리가 천재형이 원래 그래.



 ▶C씨=앞으로는 모르제. 정치는 밑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니께.



 대화를 듣던 주변 상인들도 “민주당이 워낙 못허지” “옛날에 카리스마 있는 국회의원들이 열정적으로 했는데 지금은 건성건성 하고” “열심히 안 한다는 걸 그냥 알아부러!” “여러가지 파가 있어서 다른 목소리를 내니까 안 돼” “한번 갈아부러!”라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최근 한국갤럽은 호남지역의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44%로, 민주당(13%)의 3배를 웃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 지지율 뒤엔 과연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냉정과 열정 사이’. 야권을 바라보는 광주의 민심은 어느 영화 제목과 흡사했다. 미완의 ‘안철수 신당’에 대해선 냉정한 기대감을, 수십 년간 지지했던 민주당엔 열정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안철수 신당 광주 설명회(26일)를 앞두고, 호남정치 1번지인 광주를 찾았을 때 그런 민심을 만났다.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이 안 의원이 신당 설명회 장소로 선택한 서구 상무지구. 시청을 비롯한 관공서와 금융기관, 상가들이 몰려 있는 광주경제의 ‘허리’다.



 이곳 S생명사에 근무하는 박수길(36)씨는 “안철수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다 대뜸 “만약 공약을 못 지키면 의원직을 사퇴할 건지 묻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우리는 먹고살기 바쁜데 특권을 누리면서 싸움만 하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꼴 보기 싫다”며 “안철수도 한 번은 믿어보겠지만 당파정치나 한다면…”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광주시민들은 새 정치 못지않게 ‘강한 당(黨)’을 바라고 있었다. 점심 무렵 대형마트에 들른 주부 박숙자(60)씨는 “마음은 민주당인데 당에 힘이 없어…다음엔 힘이 있는 당, 잘할 사람을 뽑을 거야”라고 했다. 안철수 신당이야말로 아직 힘이 없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젊고, 앞으로 희망이 있잖아요”라고 받았다.



 상무지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영화산업 종사자 정우일(30)씨. 그는 “안철수가 이번에도 힘없이 단독으로 뛰어든다면 뽑지 않을 거고, 민주당과 합쳐서 세(勢)를 구축해나온다면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정당이 정책을 추진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43)씨는 “이번에 안철수 신당이 잘해서 민주당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광주에 해준 게 뭐요. 차라리 센 주인이 나오는 게 낫제.”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만난 김인동(52)씨는 “민주당엔 미래가 안 보인다. 대안은 안철수 신당밖에 없다”며 “민주당을 봐라. 장외투쟁은 알맹이도 없이 시간만 끌었고, 당의 활동은 기존 사건을 덮거나 새로운 사건을 터뜨리는 데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를 후회하는 듯한 반응도 있었다. 평생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정준연(70)씨도 “민주당은 무조건 정쟁으로만 가려 한다. ‘아닌 것은 아니고 기는 기다’라고 못 할 바에야 안철수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신당=민주당 실망감+새 정치 열망’이란 등식이 엿보였다. 그러나 안 의원에 대한 평가는 한층 엄격해졌다.



 양동시장에서 27년간 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삼영(54)씨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은 50%도 안 뭉쳤다. 뭉쳤으면 이겼다”면서 “일단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지만, 정확한 사람이 나오면 민주당을 뽑겠다”고 했다. 인근에서 내의가게를 운영하는 양치영(59)씨도 “안철수는 이미 한 타이밍을 놓친 사람이라 지금은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장로의 20대 젊은이들은 “광주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김희준)” “안철수도 의료 민영화 등 각종 현안에 소신을 밝혀야 한다”(서예인) 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광주터미널에서 만난 신모(46)씨는 기자의 질문에 한사코 “정치는 모른다. 뉴스도 스트레스 받아서 안 본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가 발길을 옮기며 한 얘기는 의미심장했다. “전국이 아니고 호남에서 지지율이 높다는 건 그게 거품이고 곧 빠진다는 소리제. 자기 고향(부산)도 못 잡고 호남에만 기대면 큰코다치제.”



광주=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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