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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허리' 30대가 시들어간다

중앙일보 2013.12.26 01:34 종합 10면 지면보기
30대인 7년차 회사원 김모(36·서울 서대문구)씨는 입사 전만 해도 키 1m75㎝에 몸무게 72㎏로 보기 좋은 체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몸무게가 크게 불어 84㎏이 넘는다. 잦은 회식으로 고기 섭취가 늘고 과음하는 경우가 많아진 탓이다. 몸무게만 늘어난 게 아니다. 하루 반 갑 정도 피우던 담배도 한 갑 이상으로 훌쩍 늘었다. 승진과 성과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흡연이 잦아졌다. 결국 그는 최근 건강검진에선 ‘건강 관리에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수축·이완기 혈압이 140~90㎜Hg로 정상치(120~80㎜Hg)를 웃돌았다. 입사 전만 해도 그의 혈압은 110~70㎜Hg로 지극히 정상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30대 나이에 고혈압을 걱정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김씨는 “직장생활 스트레스 때문에 술·담배를 가까이 하다 보니 건강관리에 소홀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승진·성과 압박에 과로·스트레스 … 비만·흡연율 가장 높아
술 많이 먹고 운동은 거의 안 해
건보공단 2012 건강검진 통계

 30대 남성의 건강이 위태롭다. 건강보험공단은 25일 건강검진의 주요 지표를 담은 ‘2012년 건강검진 통계연보’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30대 남성이 다른 성별·연령대에 비해 비만율(41.1%)과 흡연율(52.8%)이 가장 높았다. 가장 뚱뚱하면서 담배도 많이 피운다는 얘기다. 가장 젊고 활력이 넘쳐야 할 나이의 남성들이 건강과는 거리가 먼 습관으로 스스로의 몸을 병들게 하고 있는 셈이다.





 30대 남성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4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당시 30대 남성의 흡연율은 더 높은 54.8%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25.4%)은 주 2회 이상 음주를 하면서 한 번에 소주 일곱 잔 이상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군에 속했다. 활발한 사회생활만큼 스트레스도 극심해 스트레스 인지도가 29.8%로 전체 남성 중 가장 높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30대 남성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검진 문답을 통해 나타났다. 최근 일주일간 달리기·등산 등 숨이 많이 차는 격렬한 운동을 주 3회, 하루 20분 이상 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5.2%에 불과했다. 남성 전체 연령 중 80대 이상(11.8%)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80대 이상은 운동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은 연령대임을 감안하면 30대 남성의 운동 부족이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건보공단 박종헌 연구위원은 “30대 남성들의 건강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된 직장생활 등을 이유로 운동을 위한 여유를 갖지 못하면서도 과도한 음주와 육류 섭취를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30대의 부실한 건강 관리가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40, 50대 이후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철우 내분비내과 교수는 “흡연이나 비만으로 인한 건강 문제는 30대엔 큰 이상을 못 느낄 수 있다”면서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40대 이후에 축적되는 대사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 스트레스 해소는 담배보다는 자기만의 건전한 해결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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