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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형·친구·지인 손·발가락까지 뼈 부러뜨려 19억대 보험 사기

중앙일보 2013.12.26 01:22 종합 12면 지면보기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뒤 산업재해 의료기관(이른바 ‘사무장병원’)에서 환자 유치 업무를 담당하던 장모(52)씨. 이미 보험사기 분야에 전과가 있는 그는 병원 일을 하다 산업재해 의료기관에서 쉽게 거액의 보험료를 타내는 방법을 알게 됐다.


1인사업장 산재 가입 쉬운데다
다치면 보험금 빨리 받는 점 악용
50대, 골절기술자·지인들과 범행

 2000만원 미만의 건설공사, 1인 사업장 등 중소기업은 산재보험 임의가입 대상이다. 보험 가입 절차가 간편하고 사업장에서 다친 경우 보험금 지급도 신속하게 이뤄진다. 이 점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환자 유치를 위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알게 된 보험사정인 김모(39)씨에게 “1인 사업장을 차린 뒤 직원을 고용하고 현장에서 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내자”고 제안했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1인 사업장을 만든 뒤 주로 장씨 등의 교도소 동기나 형편이 어려운 가족·지인을 끌어들여 피해자와 사고 목격자 등의 역할을 골고루 나눠 맡겼다. 이어 “직원에게 일용임금 최고 수준인 15만원을 지급한다”고 관계 당국에 허위로 신고한 뒤 하루나 이틀치 일당을 이들의 은행계좌에 입금했다.



 며칠 뒤 장씨 등은 미리 준비한 마취제를 가짜 직원들의 손가락에 주사한 뒤 망치로 내리쳐 골절시켰다. 공사현장에서 사고가 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허위 목격자도 내세웠다.



이들은 장해 등급을 높이기 위해 칼로 손가락을 훼손하기도 했다. 가담자들이 보험금을 타낼 때마다 장씨는 1000만~2000만원씩을 수수료로 챙겼다. 김씨는 자신의 매형(51)과 의붓아들(23)까지 가담시키는 비정함을 보였다. 김씨의 매형은 5억28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손가락을 절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수법으로 근로복지공단과 민영보험사로부터 받아 낸 보험금은 2009년 6월부터 지난 10월까지 모두 19억2400만원(산재보험 15억2500만원, 민영보험 3억9900만원).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윤장석)는 엄지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일부러 부러뜨리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불법으로 타낸 ‘골절치기’ 일당 23명을 적발했다. 이 중 보험 브로커이자 ‘골절기술자’ 역할을 한 장씨와 김씨를 비롯해 보험금 부정 수급자 등 8명을 구속 기소했다. 나머지 11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도망간 4명은 기소 중지했다.



 검찰은 지난달 8일 근로복지공단이 부정수급 혐의자를 파악해 통보함에 따라 수사를 벌여왔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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