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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500명 바꿔놓은 여경 동아리쌤

중앙일보 2013.12.26 01:11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 17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장미공원에서 배태주 경사가 동아리 활동을 함께했던 학생들과 어울려 비닐 눈썰매를 타고 있다. [안성식 기자]


“쌤! 가출했던 현우(가명)를 이제 막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길이에요.”

제1회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
개인부문서 3명 수상
전교생 이름 모두 외운 소통왕
포항제철동초교 류미경 교감



 지난 17일 저녁 경기 부천원미경찰서 배태주(37·여) 경사에게 ‘카톡’이 날아왔다. 그가 운영하는 기타 동아리의 경수(가명·14·중2)가 보낸 문자였다. 경수는 부천 A중학교 또래 상담자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다툼을 중재하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경수는 이 학교 ‘일진’이었다. 학생들의 돈을 뺏고 괴롭혔다. 경수가 변한 건 지난 5월 옆 중학교 일진들과 패싸움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히면서다. 배 경사는 잡혀온 20여 명의 아이들을 모아 기타 동아리를 만들었다. 장소와 식사는 인근 청소년시설에 부탁했다. 기타는 지역 청소년육성회에서 지원해줬다. 레슨은 동료 경찰관들이 맡았다. 냉소적이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열었다.



 배 경사는 이 같은 공로로 26일 제1회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을 수상한다. 배 경사는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 근본 해법은 인성교육”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배 경사는 청소년시설과 지역 NGO의 재능기부를 받아 미술·음악 등 동아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매주 한두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며 ‘언니, 누나’가 돼줬다. 소위 ‘문제아’였던 학생들이 배 경사를 만나 모범생으로 변했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학생만 500여 명, 이 중 30여 명은 매일같이 문자를 주고받는다. 패싸움을 벌였던 2개 학교 학생들은 스스로 ‘일진회’를 해체했다. 배 경사는 “처음부터 문제아는 없다”며 “가장 좋은 인성교육은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상자인 경북 포항제철동초등학교(전교생 380여 명) 류미경(54·여) 교감은 ‘상담’과 ‘소통’으로 인성교육을 실천했다. 지난 6일 아침 류 교감은 정문에서 등교하는 모든 학생들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파이팅’을 외쳤다. 쉬는 시간 복도를 지날 때도 아이들은 인사 대신 류 교감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 학교 5학년 박지현(12)양은 “교감 선생님은 전교생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안다”며 “학생들과 얘기가 잘 통해 친구처럼 편하다”고 말했다.



류 교감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5~6명의 학생들과 상담을 하며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정민 교사는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계신다. 담임이 모르는 부분까지 교감 선생님이 알 때가 많다”고 말했다.



 류 교감이 학생들과의 ‘소통’으로 인성교육을 시작한 건 1996년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부터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게 인성교육의 시작입니다. 자신을 믿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아이들은 절대 엇나가지 않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류 교감은 자신의 인성교육 노하우를 700회가 넘는 강의를 통해 동료 교사와 부모들에게 전파했다. 올해 그가 만든 학생상담 매뉴얼은 인근 12개 학교에서 인성교육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강원 동해시 샘실열린학교 지형덕(60) 교장은 이 지역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아버지’로 불린다. 2006년 사재를 털어 청소년 교육기관인 샘실열린학교를 열고 리더십 교육과 각종 캠프를 운영하며 청소년 인성교육에 앞장섰다. 2009년부터는 유소년 축구클럽을 만들어 100여 명의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쳤다. 지 교장은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꿈을 갖게 하는 게 가장 좋은 인성교육법”이라고 말했다.



부천·포항=윤석만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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