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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전략 요충 남수단 구하기 바빠진 국제사회

중앙일보 2013.12.26 01:09 종합 23면 지면보기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남수단이 흔들리고 있다. 2011년 7월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지 2년여 만에 내전의 먹구름이 인구 1100만 명의 이 나라를 덮고 있다.


미국 등 신속한 분쟁 개입, 왜

살파 키르 대통령과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 간의 알력에서 비롯된 유혈사태가 뿌리 깊은 종족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5일 이래 최소 500명이 사망하고 난민 4만5000여 명이 발생했다.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토비 랜저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는 관측도 있다.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신속히 개입하고 있다. 사태 발발 후 열흘 만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키르 대통령과 반군 지도자인 마차르 전 부통령의 회담을 주선 중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하와이 휴가 중 “남수단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대사관을 포함해 미국민의 신체와 재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추가 군사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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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움직임은 남수단 사태가 악화일로이기 때문이다. 사태는 지난 15일 키르 대통령이 대통령 경호대 일부를 자신이 속한 딩카족으로 교체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7월 해임된 마차르 전 부통령이 속한 누에르족을 솎아낸 것이다. 딩카족과 누에르족은 각각 인구의 15%, 10%를 차지하는 최대 부족이다. 2015년 대선을 앞두고 경쟁 관계인 키르와 마차르의 충돌은 반군의 유전지대 장악에 이어 종족 충돌로 번졌다. AP통신은 24일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 최고 대표의 성명을 인용해 남수단 주요 유전지대인 유니티주의 주도 벤티우에서 딩카족으로 보이는 시신 75구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민간인들에 대한 약탈·폭력·성폭행도 빈발하고 있다고 인권단체들이 전했다.



이슬람국 수단서 독립한 기독교 국가



 미국은 자국민 보호를 개입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이것만은 아니다. “벵가지 사태에서 배운 교훈 중 하나가 위기 상황에 보다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는 점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아프리카사령부는 해병대 150명 등의 병력 증강을 결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벵가지 사태란 지난해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이 습격당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한 미국인 4명이 살해된 사건을 말한다. 이후 리비아는 동부 유전지대를 중심으로 무장 독립운동이 벌어지면서 현재까지 내정이 불안하다. 리비아 ‘아랍의 봄’ 때 군사 지원을 하는 등 중동 사태의 해결사를 자임해 온 미국의 체면이 깎인 것은 물론이다.



분쟁 지속 땐 우간다 등 인근국도 불안



 남수단은 아프리카 내 미 패권 유지에 주요한 지역이다. 이 나라는 서구 제국주의 시절 임의로 그어놓은 국경선을 무효화하고 새 국경선을 합의한 드문 사례다. 또 다른 사례는 오랜 내전 끝에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한 이웃 나라 에리트레아다.



 역사·인종·종교·언어에서 크게 다른 수단의 남과 북은 1956년 영국과 이집트의 통치에서 독립한 후 내전에 휘말렸다. 두 차례에 걸친 내전이 30년 이상(1차 1955∼72년, 2차 1983∼2005년) 지속되면서 사망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렀다. 국경선 재조정이 가져올 파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은 기독교도가 많은 남수단 독립을 지원했다. 이슬람권이 장악한 수단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수단은 미 국무부의 올해 보고서에서 북한·이란 등과 함께 테러 지원국에 올랐다.



 원유 등 자원의 중요성도 있다. 남수단의 원유 매장량은 35억 배럴로 추산된다. 지금은 하루 4만5000배럴로 급감했지만, 이번 사태 전까지 하루 25만 배럴을 생산했다. 남수단의 안정은 수단의 이익과도 직결된다. 내륙국인 남수단은 원유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수출하려면 수단의 원유 파이프라인에 의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독립과 별개로 양국은 협력과 긴장을 이어왔다. 남수단이 원유 수출로 정부 수입의 99%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단 역시 수송망 사용료로 막대한 수입을 얻고 있다. 반군이 유전지대를 장악해 원유 수송에 타격을 입히면 수단이 이를 빌미로 군사 개입에 나설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남수단 측 반군이 수단 반군을 지원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역 국지전으로 비화할 우려가 있는 대목이다.



 남수단 내전은 동아프리카 경제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 전전긍긍하는 국가가 남부 접경국 우간다다. 우간다는 미 군사전략지 스트랫포가 ‘포스트 차이나’ 시대를 열 16개국 중 하나로 꼽은 동아프리카 공동체의 신흥 경제국이다. 남수단·케냐 등 이웃 국가와 철도·에너지 인프라 연결로 경제 통합 강화를 추진해 온 우간다는 남수단 불안이 외자 투자에 차질을 줄까 우려한다. 또 남수단 독립을 적극 지원한 역사적 관계로 남수단이 흔들릴 경우 수단과 군사적 긴장관계에 빠질 수 있다. 이번 사태 직후 우간다는 남수단에 특수부대를 지원하고 서구를 대신해 외교장관을 남수단으로 보내 정부군과 반군 간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중국 역시 남수단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남수단 원유 수출의 70%를 가져갔을 정도로 경제적 이해가 밀접하다. 중국은 수단 내전이 한창이던 90년대 서구 기업이 철수한 사이 원유 인프라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영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그레이터나일석유개발(GNPOC)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석유개발건설(CPEC)은 남수단 송유관을 건설했다. 독립 후 남수단도 중국과 우호 관계를 맺어 북부 메로웨 수력댐에 2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수단 통과 원유 수송망 안전도 문제



 따라서 남수단의 원유 공급이 끊기면 가장 아쉬운 게 중국이다. 25일 장밍(張明) 외교부 부부장은 “양측이 즉각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협상을 시작하길 바란다”고 성명을 냈다. 외교에 있어서 내정 불간섭 전통을 유지한 중국이기에 더 이상의 압박은 자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물밑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지난해 수단과 남수단이 수송망 사용료를 두고 대립하다 원유 생산을 중단했을 때 중국은 류구이진(劉貴今) 아프리카 사무 특별대표를 남수단에 보내 중재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 투자가 늘어날수록 내정 불간섭이라는 중국 외교 원칙이 진퇴양난에 빠질 것”(외교 전문 사이트 디플로매트 닷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혜란·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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