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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성탄절에 주는 뜻 조건 없는 나눔이 아닌가

중앙일보 2013.12.26 00:56 종합 26면 지면보기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 대표를 맡고 있는 서정인 목사. 창립 10년 만에 한국을 전세계 컴패션 후원국 중 후원 규모 2위로 키웠다. 그는 개인적으로 12명의 해외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이웃 사랑이 결국 나를 변화시켰다”고 했다. [강정현 기자]


2000년 전 이맘때 인간의 땅에 내려온 신의 아들 예수. 신약성경에는 그가 이적(異蹟)을 베풀어 배고픈 이들 수천 명씩을 먹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예수는 사람들이 기진해 길바닥에 쓰러질까 봐 차마 굶겨 보내지 못하겠노라고 했다. 그러고는 빵 한 조각, 고기 두어 마리를 수백 배, 수천 배로 불렸다.

영성 2.0 (23)·끝 한국컴패션 대표 서정인 목사
전세계 어린이와 1대1로 연결
창립 10년 만에 12만 명 도와
도움이란 축복의 통로 되는 것
그러면, 내가 변하고 행복해져



 그런 예수의 사랑이 반드시 이스라엘 백성만을 향한 것이었을까. 한국컴패션은 그런 예수의 마음으로 출발한 단체다. 굶주리고 고통받는 사람 누구든, 그냥 두고 지나치지 못하겠다는 긍휼과 연민, 보편적인 컴패션(compassion)의 마음 말이다.



 올해 한국컴패션이 10주년을 기념했다. 2003년 설립 때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서정인(50) 목사를 성탄 전날인 24일 만났다. 이웃사랑의 의미, 후원 실태 등을 물었다. 마침 그는 지난 11년간 컴패션의 사역을 정리한 단행본 『“고맙다”』(규장)를 펴냈다.



 -흔히 한국컴패션을, 후원받던 나라에서 후원하는 나라로 한국이 성장한 모범사례로 얘기한다.



 “지난해 탤런트 차인표씨가 SBS ‘힐링캠프’에 출연하면서 많이 알려졌는데 전세계 컴패션의 본부 격인 미국 컴패션은 1952년 한국전쟁 때 생겼다. 전쟁 고아를 돌보기 위해서다. 93년 더 도울 일이 없어 한국에서 철수했고 2003년 한국컴패션이 생겼다. 한국컴패션은 원래 계획에 없었다. 한데 도움받아 성장한 한국인 350명이 ‘한민족은 하나님 앞에서 반 토막의 얘기, 도움 받은 경험 밖에 전할 게 없다, 나머지 절반, 도움 준 얘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며 미국 사람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주로 어떤 아이들을 어떻게 돕나.



 “컴패션은 국제어린이양육기구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나라의 경제 수준과 상관 없이 아이 한 명당 4만5000원씩 후원받는다. 후원자와 1대 1 결연을 맺도록 한 후 식사는 물론 교육·의료까지 책임진다. 가급적 후원자가 돕는 아이를 직접 찾아가 인간적인 관계를 맺도록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컴패션은 주로 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돕는다.”



 서 대표는 “첫 해에는 220명을 도왔다”고 했다. 올해는 12만 명을 돕는다. 10만 명쯤 되는 후원자들이 모두 680억 원을 내놓았다. 50년 역사의 캐나다, 영국 등을 제치고 미국 다음으로 후원 규모가 크다. 성장 속도도 컴패션이 있는 전세계 11개 국가 중 가장 빠르다고 한다. 한국은 이웃 돕기도 압축성장이다.



 -빠른 성장 비결은.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다. 이들은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흡족한 기관을 찾는다. 한국컴패션이 그런 신뢰를 준 것 같다.”



 -1대 1 결연이 왜 중요한가.



 “아이들은 보살피는 사람들과 사랑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기 어렵다.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지만 아이 손을 붙잡고 늘 너를 위해 기도하고 언제까지 함께 해줄 거라고 말해주면 아이들을 실제로 사랑스럽게 변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을 돕는 유전자가 있나.



 “환경, 성격 등에 의해 무뎌질 뿐이지 누구나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을 도와야 하는 이유는.



 “귀한 질문이다. 성경의 축복은 항상 주는 쪽의 축복이다. 예수님이 조건 없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십자가 위에서 일방적인 축복을 행하지 않으셨나. 놀라운 것은 내가 그 축복의 통로로 쓰이면 결국 내가 변한다는 점이다. 인격이 성장하고 행복해진다.”



 서 대표는 한국 후원문화의 그늘도 얘기했다. 후원 취소율이 이탈리아와 함께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양육이 목표인 컴패션의 후원 기간은 한 아이당 평균 7년이다. 한국은 이 기간도 짧다고 한다. “특유의 냄비 근성, 한번에 목돈을 내버리고 마는 문화 탓”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컴패션이 “고통을 받는 자와 고통을 이겨낼 때까지 함께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누구에게나 그런 긴 호흡이 필요한 때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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