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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를 365일 입고 먹고 마신다

중앙일보 2013.12.26 00:35 종합 27면 지면보기

티셔츠·모자·가방·학용품은 기본이다. 햄버거도 있고 전용 음료까지 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BWCW 매장에선 ‘오빠’를 입고 먹고 마실 수 있다. BWCW는 올해 정규 1집을 내고 아이돌 팬덤을 흡수하다시피 한 12인조 그룹 엑소(EXO) 전용 팝업 스토어(한시적 매장)다. ‘응답하라’ 세대가 좋아하는 연예인 책받침을 보며 흐뭇해하던 시절에 비하자면 상전벽해라 할 아이돌 굿즈(goods·기념품)와 MD(머천다이즈·상품)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날로 성장해 가는 아이돌 그룹의 파워를 보여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엑소 컬래버레이션샵 BWCW의 1층 카페 벽면에 있는 대형사진은 팬들의 기념촬영 구역이다. 매장에 구경 온 여고생 손님이 모델이 되어 카메라 앞에 섰다. 모델이 입은 흰색 티셔츠와 머리에 이고 있는 쇼핑백이 엑소 공식 기념품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문화 현장] 아이돌 기념품·상품 전성시대
온·오프라인 동시 성장
SM 매출만 지난해 대비 5배로
YG는 60억 기록 … 이베이도 입점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기획사에게 2013년은 굿즈 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SM은 명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재미를 봤다. 올 초 소녀시대 앨범이 나왔을 땐 12일간 6억 3000만원 매출을 기록하는 등 백화점 효자 매장으로 떠올랐다. 지금은 동방신기부터 엑소까지 SM타운 소속 연예인 전체의 기념품을 모아놓은 팝업스토어로 운영중이다. 3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겐 구석에 마련한 V씨어터에서 홀로그램 영상물도 보여주고 있다.



 SM은 올해 명동 팝업스토어와 BWCW, 기존의 자사 노래방 체인 에브리싱까지 오프라인 굿즈 매장을 5곳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전체 MD상품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5배로 성장했다.



 BWCW에선 홍익대 앞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6개사와 협력해 엑소의 브랜드 이미지를 수백 종 상품으로 구현했다. 연예인 얼굴이 인쇄된 포토카드나 쇼핑백 등 초상을 활용한 상품도 있었지만 팬이 아니고선 굿즈임을 알아채기 어려운 디자인도 많았다. 엑소의 상징 로고나 대표곡인 ‘늑대와 미녀’ ‘으르렁’에서 가져온 이미지와 ‘BWCW(boys who cry wolf)’라는 브랜드 디자인이 고루 활용됐다.



체육관의 탈의실처럼 꾸민 BWCW 지하 라커. 멤버들의 사물함은 팬레터를 전하는 우편함이다.
 SM 패션사업팀 안경희씨는 “엑소가 무대에서 입었던 의상 디자인과 상징적인 이미지를 써서 팬들이 남들 눈에 띄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엑소향 양키 캔들 같은 각종 생활 용품도 구비돼 있었다. 엑소 멤버들의 낙서도 매장 곳곳에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손님은 99% 여성이다. 안씨는 “매장의 남자 아르바이트생은 거의 모델이거나 연예인 지망생이다. 알바생과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설명했다.



 SM은 온라인 매장은 운영하지 않는다. SM 에브리싱팀 김미경 팀장은 “특별한 장소에 와서 추억도 만들고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BWCW는 지난 10월 문을 연 이후 외국 관광객까지 하루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구입 장소와 시기가 한정적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구매대행 서비스를 하는 블로거도 등장했다. 물품 1개당 대행료 1000원에 배송비를 받아 대신 사서 보내주는 식이다. 인터넷 중고 카페에선 품절된 중고 물품이 정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김 팀장은 “연예인 기념품은 많이 찍어 팔수록 좋은 여느 공산품과는 다르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상품으로 방 하나는 꾸밀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오랫동안 소장해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프리미엄 상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엑소 앳 홈’이라는 침구류와 부엌 살림류, 나아가 엑소 파자마와 팬티까지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YG의 공식 굿즈 유통 경로는 온라인 ‘YG이샵’이다. 1년 전엔 중국어 사이트도 열었다. 불법 복제품이 많은 중국에 직접 공식 굿즈의 판로를 개척했다는 의미가 크다. 또 다국적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도 입점해 전세계 K팝 팬의 접근성을 높였다. YG 사업개발본부 유해민 실장은 “최근 1년간 한·중국 온라인샵 굿즈 매출만 약 6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재 YG이샵에 진열된 상품은 약 180종. 그 중 빅뱅이 100종으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YG 색깔이 뚜렷한 의류와 모자, 완구회사인 오로라월드와 합작해 만든 YG베어, 공식 응원 도구 등이 팔리고 있다. 같은 상품군이라도 누구와 관련된 상품이냐에 따라 디자인과 가격이 제각각이다. 가령 빅뱅의 공식 응원봉인 ‘뱅봉’은 노란 왕관 모양의 야광봉으로 1만3000원. 2NE1의 하트에 날개 달린 야광봉은 1만5000원이다. 새로 YG 멤버로 합류한 거미의 공식 야광봉은 알파벳 ‘G’를 대문자로 형상화한 단순한 디자인으로 6000원에 판매 중이다. 유 실장은 “팬들의 소장품이기 때문에 팬덤 규모가 클수록 제조 원가가 높아지더라도 사양을 높여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라이선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왼쪽)와 ‘고스트’의 아이폰 케이스. [사진 브라바도 코리아]
 연예인 기념품은 아니지만 제일모직과 함께 조인트벤처 ‘내추럴 나인’을 설립해 내년 봄·여름 시즌을 목표로 의류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디자인에는 양현석·테디 등 YG의 프로듀서들이 참여한다. 유 실장은 “통계엔 잡히지 않지만 굿즈의 천국인 일본 콘서트 현장에서 팔리는 금액도 한국 시장을 뛰어넘을 만큼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YG는 일본 현지 파트너인 에이벡스에 권한을 주고 정산된 로열티만 정산 받는다.



 팝업스토어와 온라인샵이 활성화되기 이전엔 콘서트 현장이 굿즈의 가장 큰 판매 통로였다. 아이돌 굿즈는 기본적인 상품을 제외하곤 앨범이 발매될 때, 콘서트를 열 때 한정 상품으로 10~30종 가량 제작된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달짜리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매장이 열리는 것도 앨범 홍보 활동과 함께 가는 특성 때문이다.



 연예인 기념품 시장은 전세계적으로도 성장세다. 세계 최대의 음반 유통사인 유니버셜 뮤직 산하의 MD 제작사 브라바도의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3500억원에 육박했다. 전년 대비 20% 성장한 수치다. 브라바도 코리아의 국내 매출 역시 최근 3년간 매년 두 배로 뛰었다. 팝의 한국시장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유니버셜뮤직 관계자는 “전통적인 기념품인 티셔츠 외에도 스마트폰 케이스의 비중이 5분의 1쯤 된다.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이 성장하면서 ‘맨 오브 라만차’ ‘위키드’ 등의 케이스도 한몫 했다”고 말했다.



올해엔 유니버셜이 유통한 조용필 19집 ‘헬로’ 관련 기념품이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조용필 티셔츠와 텀블러 등은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입점한 연예인 기념품 중 손꼽히는 인기상품이기도 하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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