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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10만원으로 골프 '돌싱'의 꿈 이뤄볼까

중앙일보 2013.12.26 00:30 경제 2면 지면보기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골프용품 전문업체의 퍼포먼스 랩에서 본지 기자가 30여 개의 센서를 몸에 장착한 채 스윙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골프 애호가들에게 12월은 납회식의 계절이자 결심의 계절이다. ‘계백장군(계속해서 백돌이)’부터 80타대 고수들까지 ‘돌싱(돌아오는 봄엔 싱글)’을 다짐하며 샷 점검에 나서는 때가 이맘때쯤이다. 이들 중에 최근 고액 레슨 대신 피팅숍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고 있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최소한의 투자로 골프 실력을 늘릴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불황에 뜨는 피팅센터 가보니
몸에 센서 30개 붙여 수십 회 시타
0.1 각도까지 프로골퍼와 비교
스윙 교정 대신 클럽 몸에 맞춰줘
연 100억~200억 시장으로 성장



 실제 국내 피팅산업은 경기 불황을 타고 성장하고 있다. 2008년 테일러메이드가 골프용품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퍼포먼스 랩을 연 이후 최근 2~3년 새 캘러웨이·타이틀리스트·미즈노·핑·투어스테이지·혼마·PRGR 등 브랜드숍들이 잇따라 피팅센터를 열었다. 이들 센터는 스윙 분석과 컨설팅 요금 10만~15만원 외에 부품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업계는 국내 피팅시장의 규모를 브랜드숍 기준으로 100억~200억원대로 추산한다. 프로골퍼들이 운영하는 사설 피팅센터를 합하면 이 시장은 더 커진다.



 피팅은 스윙 향상에 얼마나 도움을 줄까.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T골프용품 전문업체의 퍼포먼스 랩. 기자가 직접 클럽을 갖고 가 피팅 상담을 신청했다. 피팅 전문가 이두영(38)씨는 기자의 키와 몸무게를 먼저 물은 뒤 시타석으로 안내했다. 시타에 앞서 모자·조끼, 허리·무릎·팔꿈치·손목 밴드, 덧신 등 센서 30여 개가 달린 장비를 착용했다. 이어 아이언과 드라이버 순으로 20여 회씩 시타를 했다. 전면 스크린과 벽에 걸린 대형 TV 화면, 데스크톱 컴퓨터에 스윙 동작이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돼 숫자로 나타났다. 기자는 6번 아이언으로 상체를 62.2도 숙인 채 어깨는 2.8도, 무릎은 2.1도, 발은 1.1도 닫힌 스탠스로, 72.2마일의 스윙스피드, 21.5도의 헤드 입사각으로 스윙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프로는 “임팩트 이후에 머리의 위치가 우측에 가 있다. 이 때문에 클럽 헤드 입사각의 변화가 생기면서 탄도가 낮은 구질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아크가 다른 점, 다운스윙 시 코킹이 풀린 채 내려오면서 비거리가 짧아지고, 헤드가 닫혀 맞는 경우가 많아 훅 구질이 나온다는 점도 지적했다.



스윙을 마친 뒤엔 스크린과 모니터에 시타자와 프로골퍼의 스윙을 함께 놓고 분석할 수 있다. 오른쪽 위부터 스윙 스피드, 어드레스 자세, 임팩트 때 클럽 헤드의 위치를 비교한 장면. [박종근 기자]
 시타자의 스윙은 유명 프로골퍼의 스윙과 비교분석되기도 한다. T사의 스윙분석기 안에는 국내외 프로골퍼 수백 명의 스윙이 전·후·좌·우·상·하 각도에서 입력돼 있다. 모두 T사에서 스윙 분석을 한 선수들이다. 프로골퍼들도 연습 기간에는 피팅센터를 찾아 과거 스윙이 좋았을 때의 화면과 비교하면서 문제점을 고치곤 한다.



 기자와 김형태 프로의 스윙 동작을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김 프로는 6번 아이언으로 상체를 60.7도 숙이고 92.5마일의 헤드스피드, 26.3도의 로프트 각도로 스윙을 했다. 이 프로는 “어드레스 시 턱과 손의 위치, 스탠스 등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헤드에 임팩트를 가하는 기술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기자의 스윙을 분석한 뒤 이 프로는 ▶드라이버 헤드의 각도를 높일 것 ▶훅 구질을 보완할 수 있도록 무게추로 방향 조절이 가능한 신형 헤드를 착용할 것 ▶아이언의 경우 좀 더 부드러운 샤프트를 쓸 것 등의 처방전을 내놨다. 퍼포먼스 랩 이석재 팀장은 “피팅은 몸에 익숙한 스윙을 바꾸는 대신 클럽을 몸에 맞추는 것”이라며 “옷으로 치면 기성복 대신 맞춤 양복으로 개성과 맵시를 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용품 업계는 앞으로 국내 피팅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범용 클럽시장이 포화시장에 달한 데다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골프클럽 부품에 관한 정보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국내 피팅시장은 외국에 비해 다소 늦게 형성됐지만, 나만의 클럽을 갖고 싶어하는 골퍼들이 늘어나면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용품 업체들 입장에서도 초고속 카메라를 동원한 최첨단 분석 프로그램은 기술 우위를 알리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편 불황이 길어지면서 스크린 골프로 대표되는 시뮬레이션 골프의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창조산업연구소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골프산업의 시장 규모는 2009년 7100억원에서 2011년 1조3800억원으로 3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글=박태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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