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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지만 … 기업들 올해도 빛났다

중앙일보 2013.12.26 00:28 경제 1면 지면보기
태양광 업체인 한화큐셀이 미국 하와이 오아후 섬에 건설한 5㎿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한화큐셀은 이 발전소 준공을 계기로 하와이에서 24㎿ 규모의 발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 한화큐셀]


어려운 한 해였다. 자금난으로 재계 13위 STX와 38위 동양은 그룹이 와해됐다. 해운·조선·철강은 세계적 수요 감소에 알토란 같은 자산을 파는 자구책을 내놔야만 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시작해 통상임금 범위 확대 판결까지 기업이 감당해야 할 제도 변화도 컸다. 해외 시장도 녹록지 않다. 일본은 엔저를 앞세운 공격적 마케팅으로, 미국은 돈줄을 죄어 한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신흥시장에 경고등을 켰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올해에도 선전했다. 무역수지는 11월까지 405억 달러 흑자를 내며 역대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30대 그룹은 숨이 찼지만 투자 155조원과 고용 14만 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뛰었다. 총수 부재 속에서도 한화와 SK는 묵묵히 전진했다.

[이슈추적] 현대차, 중국 판매 100만대
SK, 2년째 수출 600억 달러
한화, 이달 미국·중국서 태양광 사업 잇따라 확대



#1. 올림픽 이후 중국 주요 행사의 메카가 된 베이징 올림픽공원의 베이징국가회의중심(컨벤션센터). 23일 이곳에선 현대차의 놀라운 성장세를 뜻하는 ‘현대 속도(現代速度)’가 다시 회자됐다. 베이징현대가 연간 100만 대 판매를 기념하는 행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치(一汽) 폴크스바겐과 상하이 폴크스바겐이 각각 20년과 26년 만에 이룬 성과를 현대차는 11년 만에 해냈다. 올해 중국 경제의 성장(약 7.5%)이 과거만 못한 점을 감안하면 더 값지다. 일본 업체는 아직 ‘100만 대 클럽’에 끼지 못하고 있다. 최성기 베이징현대 법인장은 “올해로 중국 판매 누계가 500만 대를 넘어섰다”며 “앞으로 소비자의 삶까지 배려하는 감성적인 브랜드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2. 한화그룹에 12월의 태양은 유난히 뜨겁다. 태양광 사업의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엔 멕시코에서 31㎿ 전력 공급 계약을 맺었다. 4일엔 중국 ZTT와 150㎿급 발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0일 중국 화넝그룹(50㎿), 11일 중국 친트그룹(13㎿)과 모듈 공급 계약을 맺었다. 16일엔 미국 하와이에서 5㎿급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이렇게 쌓은 올해 한화의 모듈 판매 실적은 1800㎿ 규모에 이른다. 태양광 발전소 준공 실적도 113㎿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미래 성장 산업으로 착실한 준비를 해 온 것이 이제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말, 한국 기업들이 마지막 스퍼트를 하고 있다. 경기장은 골목이 아닌 해외 시장이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현대로템은 브라질에서 선전했다. 현대로템은 19일 1248억원 규모의 전동차 입찰을 따내며 브라질 시장 진출 10년 만의 1조원대 수주를 달성했다.



SK는 2년 연속으로 600억 달러 이상의 수출(올해 614억 달러)을 이룰 전망이다. 2년 연속 한국 수출의 10% 이상을 SK그룹이 책임진 셈이다. 매출의 90% 이상이 수출인 하이닉스가 큰 역할을 했다. 그룹 관계자는 “2011년 하이닉스를 인수한 과감한 결정이 ‘수출 SK’를 이어가는 밑거름이 됐다”며 “국가 수출의 10%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큰 자부심이자 막중한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에 기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KOTRA가 독일·스페인 등 유럽 7개국 5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삼성(일반인 20.9%, 전문가 12.9%)을 첫손에 꼽았다. 선풍적 인기를 모은 싸이 등 K팝(일반인 조사 기준 3위)보다 기업의 역할이 큰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일반인 조사에서 6위, 전문가 조사에서 4위에 올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재기의 발판을 다진 기업도 여럿 있다. 대표적 노사 갈등 사업장이었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5년 만에 일감을 맡았다. 영도조선소의 올해 수주는 총 12척, 6억 달러에 달한다. 쌍용자동차도 부활했다. 올해 누적판매량(11월 기준)은 13만 대로 르노삼성을 제치고 국내시장 점유율 4위로 올라섰다. 3분기엔 영업이익 7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내년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의 여수 폴리실리콘 공장이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면 재료 생산에서 태양광 발전까지를 모두 수행하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형태다. 한화 관계자는 “2012년 31.3GW였던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설치량이 내년에는 40.8GW로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 6척에 대한 계약을 하고 2016년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열심히 달려가고 있지만 내년 경제 사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기업만 열심히 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내년 한국 성장률을 잠재성장률(3.5%)보다 낮은 3.4%로 전망했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여전히 대외 위험 요인이 산적해 있고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다”며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지원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국회가 경제활성화 입법을 신속하게 해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뒤지는 일이 없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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