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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년 만에 가을야구, LG 김기태 감독

중앙일보 2013.12.26 00:11 종합 30면 지면보기
지난 24일 만난 김기태 감독이 올해 LG의 상징이 된 ‘검지 세리머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손가락을 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지그시 눌러주면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한 뒤 “내년에는 좀 더 색다른 세리머니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강정현 기자]


선수 시절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했던 김기태(44) LG 감독은 요즘 안경을 즐겨 쓴다. 양쪽 시력이 1.2로 여전히 좋지만 그는 “안경을 쓰면 인상이 부드러워 보인다고 해서…”라며 허허 웃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최초의 왼손타자 홈런왕(1994년 25개)이다. 쌍방울·삼성·SK뿐만 아니라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도맡았던 ‘주장 전문 선수’이기도 했다. 그는 엄하고 독한 선수로 유명했지만 2013년엔 ‘부드러운 리더’로 재평가받았다. 올 시즌 김 감독은 무려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LG를 정규시즌 2위까지 올려놨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LG를 짓누르고 있던 열패감과 이기주의를 걷어낸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2013년보다 더 빛나는 2014년을 준비하는 김 감독을 24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났다.

"난 간이의자에만 앉는다, 흐트러지면 안 되니까"



김기태 감독(왼쪽)이 지난 7월 5일 넥센전에서 이병규(9번)와 검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 올해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아쉬웠던 때는.



 “(9월 22일 NC전 승리로) 4강 진출을 확정한 날이 기억에 남는다. 아쉬운 건 물론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졌을 때(10월 20일 4차전)다. 우리 선수들이 잘해보려 했는데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한 시즌 내내 잘해온 게 플레이오프 패배로 희석될 것 같아 마음 아팠다.”



 - 시즌 전 LG가 몇 위쯤 할 거라고 예상했나.



 “팬들에게 유광점퍼(포스트시즌 진출을 의미)를 사도 좋을 거라고 말한 건 내가 그렇게 믿어서였다. LG에 대한 외부 평가는 7위 정도였다. 2012년 자유계약선수(FA) 3명과 (경기조작 사건으로) 투수 2명을 잃고도 7위를 했다. 2013년을 앞두고 정현욱을 FA로 영입했고, 트레이드도 했으니 당연히 더 나아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 2년 동안 간이의자에 앉았다.



 “팔걸이가 있는 감독석에 앉으면 아무래도 자세가 흐트러진다. 해병대·특전사 등 강한 군대에선 아무리 계급이 높아도 자세가 곧다. 올바른 자세는 올바른 생각을 표현한다고 믿는다.”



 - 야구에서 감독이 승패에 끼치는 영향은 .



 “내 신념은 ‘이기면 선수 덕분이고, 지면 감독 책임’이다. 시즌을 준비할 때는 감독과 코치들이 주도하지만 시즌 때는 선수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기는 건 선수들 몫이고 이기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감독 역할이다.”



 - 더 구체적으로 감독의 역할을 말한다면.



 “감독이 살기 위한 야구는 안 된다. 선수들이 살기 위한 야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감독이 희생해야 한다.”



 몇몇 감독은 지는 것보다 욕 먹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감독이 승부수를 던지지 못하고 특정 선수에게 상황을 맡기는 건 감독이 자신의 평판을 의식해서다. 김 감독은 패배 이유를 항상 “내 잘못”이라고 말한다. 자기 탓을 가장 많이 하는 감독이지만 선수·구단·팬 모두에게 인정받는 리더다.



 - 올해 LG가 선전한 비결은.



 “선수들은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기에 평등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는 나이와 연봉 등을 따지지 않고 선수의 능력만 봤다. 베테랑이라고 특별 대우해준 것도 없고, 어리다고 봐주지도 않았다.”



 - 훈련을 많이 시키는 게 미덕으로 여겨졌다.



 “1군 선수라면 훈련보다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공부에서 예습과 복습이 중요한 것처럼 아침에 눈 뜨자마자 그날 경기를 예측하고, 경기가 끝나면 복기하는 게 중요하다. 무작정 치고 던지는 게 능사가 아니다.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참 많이 했다.



 “LG 선수들은 지난 10년 동안 고생 참 많았다. 팬들이 응원해주고, 구단이 지원해준 몫도 있지만 어려움을 이겨낸 건 선수들이다. 마음이 아픈 것도 부상이다. 선수들 얼굴을 보면 부상을 잘 이겨낸 게 보였다. 그래서 고맙다고 했다. 미안한 건 내가 더 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 LG 선수들은 인터뷰할 때마다 김 감독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었나.



 “정직.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거다. 먼저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정직하려 했다. 그러면 선수들이 따라올 거라 믿었다. 선수들이 감독의 작전이나 전략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도 믿고 따라주면 큰 힘을 발휘한다. 내가 못마땅하면 얼마든지 뒷담화하라고 했다. ”



 - 선수들에게 자주 당부하는 말은.



 “우리가 함께 정한 룰, 기본을 지키라는 거다. 그 안에선 얼마든지 자유로워도 된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라도’라는 생각으로 먼저 실천하고 희생해야 한다.”



 - 2013년 LG는 돌풍을 일으킨 것인가. 아니면 우승을 노릴 전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인가.



 “나는 구체적으로 목표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선수들이 다음 기회에는 우승하겠다고 말하더라.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그게 가장 큰 수확이다.”



 - LG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년 전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팬들이 날 무척 반대했다. 그분들 대부분이 날 응원해 주신다.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손편지를 써주신 분들도 있다. ‘정말 사랑합니다’라는 말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나.”



 - 10년 후 LG와 김 감독은 어떤 모습일까.



 “LG는 11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 운 좋으면 만세(우승)도 부를 수 있고. 난 글쎄, 프로 지도자로 계속 있을 수도 있고 시골 중학교 야구팀을 창단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리=김식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김기태는 …



■ 생년월일 : 1969년 5월 23일

■ 출생지 : 광주광역시

■ 학교 : 서림초-충장중-광주일고-인하대

■ 신체조건 : 1m80㎝, 85㎏

■ 가족 : 아내 신세영(43)씨,

아들 건형(17)·대형(14)

■ 주량 : "젊었을 땐 남들에게 지지 않았다”

■ 골프 : “야구할 때처럼 왼손으로 친다”

■ 스트레스 푸는 법 :

“ 경기에서 이긴 날 선수들이 웃는 사진과 영상을 본다”

■ 주요 경력 :

1991~98 쌍방울

1999~2001 삼성

2000 시드니 올림픽 대표

2001~2005 SK

2006 SK 타격코치

2007 요미우리 2군 육성코치

2008 요미우리 2군 타격코치

퓨처스팀 감독

2009~2011 LG 2군 감독·1군 수석코치

2012~ LG 감독

■ 수상 경력 : 1994년 홈런왕

97년 타격왕

92·97·98년 출루율 1위

94·97년 장타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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