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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심판 전초전 … 정부 측이 일단 주도권

중앙일보 2013.12.25 00:34 종합 10면 지면보기
24일 헌법재판소 통진당 해산심판 준비기일에서 주심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헌재, 첫 준비기일서 쟁점 정리
정부 주장대로 민사소송법 적용, 위헌 증거 자유롭게 제출하게 돼
정부 "북 지령 받고 전복 시도" … 통진당 "해산심판 절차상 하자"



“북한을 추종하는 NL(민족해방) 계열이 통합진보당의 주도권을 장악한 뒤 ‘진보적 민주주의’를 관철시키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 미국을 축출하고 현 정부를 타도하겠다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일치한다.”(정부 측 대리인 정점식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TF팀장)



 “진보적 민주주의는 공개 토론절차를 거쳐 결정한 것이다. 부정경선과 당내폭력사태가 정당·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라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를 하는 정당은 왜 위헌정당심판 청구를 하지 않나.”(통진당 측 대리인 김선수 변호사)



 위헌정당해산심판사건과 관련해 정부와 통진당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24일 열린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심판 및 정당활동정지가처분 사건 준비절차기일에서다.



 이날 준비절차기일은 본격 심리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고 절차 등을 논의하는 전초전(前哨戰) 성격이었다. 하지만 양측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앞으로 심리 과정에서 벌어질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는 듯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통진당이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활동했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점식 팀장은 “통진당이 주장하는 ‘민중주권주의’는 소수특권계급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빼앗아 노동자·농민 등 특정계층에게 주겠다는 것”이라며 “통진당이 추구하는 장기적 목표가 북한식 사회주의 건설에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방제 통일 주장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 후 북한의 적화통일을 돕겠다는 것”이라며 “전후 독일 공산당이 서독의 흡수통일 가능성을 우려하며 아데나워 정부를 전복하려 한 것과 유사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통진당 측도 반격에 나섰다. 통진당 김선수 변호사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과 무관할 뿐 아니라 미국의 민주당도 채택한 용어”라며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의 요소를 모두 인정하고 있는 강령”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민중주권주의도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돼 있는 민중의 이익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지 소수 특권계층의 이익을 빼앗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정당해산심판을 헌재에 청구하려면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국무회의에 긴급의결안건으로 올려 충분한 심의나 검토를 할 시간이 없었고 정부 수반인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첫 대면에서 주도권은 일단 정부가 잡았다. 논란이 됐던 소송절차에 대해 헌재가 정부 측 주장대로 민사소송법을 준용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심인 이정미(51) 헌법재판관과 재판부로 참석한 김창종·서기석 재판관은 “헌법재판소법과 심판규칙을 검토한 뒤 전원재판부 논의를 거쳐 민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통진당 측은 “정당해산심판은 형사사건과 유사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형사소송법에선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경우에만 증거능력을 인정하지만 민사소송법에선 자유롭게 증거를 제출한 뒤 법원의 판단에 맡긴다. 통진당이 위헌정당임을 주장하는 증거들을 정부 측이 자유롭게 제출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날 재판부는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활동을 판단 범위에 넣을지 ▶정당의 장기적 목적이 해산판단 요건에 해당하는지 ▶RO(Revolution Organization)의 활동을 통진당의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등 7가지 쟁점도 확정했다. 다음 준비기일은 내년 1월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동현 기자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재판관은 2011년 헌법재판소 사상 최연소이자 두 번째 여성 재판관이 됐다. 현재 9명의 재판관 가운데 박한철 헌재소장을 제외하면 가장 선임이다.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 지명으로 임명됐지만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고른 의견을 냈다. 판사 시절 소통을 중시하고 당사자들이 승복하는 재판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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