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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숙, "희망을 놓지 마세요" 한강 생명전화 상담원

중앙일보 2013.12.25 00:30 종합 13면 지면보기
인구 10만 명당 28.1명.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률은 2011년 31.7명보다 11.8% 감소했다. 자살률이 줄어든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는 한층 더 줄어들 전망이다. 56.1%에 불과했던 생존 구조율이 올 9월까지 94.8%로 급증한 것. 개선된 수치 뒤편에는 생명의전화 상담원들의 남모를 노력도 함께 했다. 삶을 던지기 전 한강 다리 위에서의 마지막 통화. 위로와 격려는 최장숙(67·여·사진) 상담원이 그들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중앙일보 10월 22일자 10면>



 최씨는 지난 3월부터 매주 월·목요일 저녁마다 서울 이화동 생명의전화 본부를 찾는다. 2009년 시작한 늦깎이 상담사지만 전화를 받으면 노련한 베테랑이 된다. 42년간 초등학교 강단에 선 교육자로서 내공이 발휘된 덕분이다. 전국엔 3만여 명의 상담봉사자가 있다. 하지만 한강 다리 위에 설치된 SOS 생명의전화를 받는 이는 단 7명뿐이다. “어린이는 세상의 희망입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최씨는 이제 “당신이 바로 세상의 희망이다”라며 상처받은 영혼들을 다독인다.



 그는 일찌감치 1993년 연세대에서 상담교육 석사 학위를 받았지만 실전은 녹록지 않았다. “저 죽고 싶어요!”라고 외친 뒤 까르르 하는 여고생들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여자친구가 안 생긴다”며 성적 고민을 늘어놓다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씨는 더 많은 이에게 귀를 기울이는 데 집중했다. 한 번은 마포대교 북단에서 왜 전화가 안 오나 싶어 현장에 나갔다가 고장 난 것을 확인하고 직접 고치기까지 했다. 최씨가 뿌린 희망의 씨앗들은 더 큰 열매가 되어 돌아오기 시작했다. 절망감에 전화를 걸었던 사람 중엔 선생님처럼 상담심리를 배우고 싶다거나 꼭 성공할 테니 자기 이름을 기억해 달라는 얘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그는 이럴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2011년 7월 한남대교를 시작으로 마포·한강·원효·서강대교에 설치된 전화 20대를 통해 지난 10월까지 952명이 마음을 되돌렸다. 지난달에는 동작·영동·잠실대교 등 3곳에 12대가 신설됐다. 서울시는 한강대교를 마포대교에 이어 제2의 생명의 다리로 조성했다. 배우 하정우 등 44명의 자살 예방 메시지가 적혀 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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