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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의 조상, 문화재 됐다

중앙일보 2013.12.24 00:45 종합 15면 지면보기
국내 최초의 원자로인 연구용 원자로 1호기(TRIGA Mark-Ⅱ)가 1995년 가동을 중단한 직후의 모습. 이 원자로는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 문화재에 올랐다.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최초의 원자로가 문화재로 등록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62년 완공된 연구용 원자로 1호기(TRIGA Mark-Ⅱ)가 문화재청 심의를 거쳐 등록문화재 제577호에 올랐다고 23일 밝혔다. 등록문화재는 건설·제작 후 50년 이상 된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보존·활용 가치를 따져 선정된다. 과학기술 연구시설이 등록문화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2년 완공 연구용 원자로 1호기
과학기술 시설로는 처음 선정

 연구용 원자로 1호기를 짓기 시작한 것은 59년이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옛 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에 건설됐다.



 62년 완공돼 첫 임계(원자로 안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정 비율로 일어나는 정상 가동 상태)에 도달했다. 미국 제너럴아토믹사 제품으로 원래 열출력 100㎾짜리였지만 국내 연구진이 개조해 출력을 250㎾까지 높였다.



 이후 이 원자로는 원자력연구소가 대전 대덕특구로 옮겨가 95년 자체 기술로 만든 연구로(하나로)를 가동할 때까지 33년간 국내 원자력 연구의 ‘모태’ 역할을 했다. 원전 운전요원 등 관련 산업 종사자 1300여 명, 서울대·한양대 등의 원자력공학과 학생 1700여 명이 이 원자로로 교육을 받았다. 의료 진단용 I-131, Au-198 등 방사성 동위원소 10여 종도 이 원자로에서 생산됐다.



 하지만 이 같은 공로에도 연구용 원자로 1호기는 95년 가동 중단 후 한때 철거될 위기에 몰렸다. 이를 막은 게 과학계 원로들이다. 2000년 채영복(전 과학기술부 장관) 당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등 50여 명이 ‘연구용원자로보존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원자로를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며 과기부와 산업자원부, 소유주인 한국전력을 설득했다. “한국 원전의 ‘조상’을 없애는 것은 스스로 역사적 유물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덕분에 원자로는 살아남게 됐고 내년까지 오염 제거 작업을 마친 뒤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능에 오염된 내부 구조물(원자로 본체)만 해체하고 모형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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