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 간부 체포조 투입
대상자 한 명도 연행 못 해
민노총 "28일 총파업" 예고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경찰의 수색이 끝난 후 “박근혜정부와 전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노총이 권력에 침탈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기도 하지만 (투쟁을) 결정한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하루 종일 난리를 친 이곳 민주노총 건물에 철도노조 수배자는 단 한 명도 없다”며 “이제 경찰과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오는 23일부터 확대간부 파업에 돌입하고 28일엔 총파업을 조직할 것”이라며 “100만 시민행동의 날을 개최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본부는 그동안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노동계의 ‘소도(蘇塗)’와 같은 곳이었다. 소도는 옛 삼한시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곳으로 죄인이 도망쳐도 잡아갈 수 없는 성역을 말한다.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를 계승해 출범한 이후 반정부 시위의 지휘부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들어 전공노 시위, 화물연대 파업, 촛불집회 등 민주노총이 개입한 굵직굵직한 사안에서 집행부에 대한 체포·압수수색영장 발부는 연례행사처럼 이어졌다. 하지만 경찰이 본부에 진입하진 않았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때 노조 집행부가 민주노총 사무실로 몸을 피했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2006년 철도파업 때도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철도노조 6개소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됐으나 본부는 제외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을 때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2009년 말 철도파업 때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머물렀지만 경찰 진입은 없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간 대치국면이 해소되면서 진입하지 않았던 것뿐”이라며 “공권력 투입을 자제해야 하는 장소라 여겼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함께 발표한 대국민 공동 호소문에서 “파업 대체인력의 피로도가 누적돼 다음주부터 열차운행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노조에서 실체도 없는 민영화 주장을 계속하며 파업을 지속하는 걸 더는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음에도 노조 집행부는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불법파업을 지휘하고 있다”며 “정부의 영장집행은 어떤 단체나 개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글=이정봉·이승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