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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새마을 붙으면 보류 … 예산 심의까지 대선 연장전

중앙일보 2013.12.23 01:08 종합 5면 지면보기
휴일인 22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첫 증액 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새누리당 이군현 위원장(가운데), 최재천 민주당 간사(뒷줄 오른쪽) 등 여야 의원들이 회의 시작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예산이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국회서 막힌 16조원 살펴보니
DMZ 평화공원 조성 402억 제동
대선 개입 논란 된 부처도 밀려
새누리 "공약 이행하라며 발목"



 중앙일보가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예산안 보류 리스트’에 따르면 20일까지 보류된 예산안은 총 16조6090억원이다.



 이 중 민주당이 ‘박근혜표 예산’이라 부르는 예산이 대거 보류 대상에 포함됐다. 디지털콘텐츠코리아펀드(500억원), 창조경제 종합지원 서비스 구축 운영(69억2900만원) 등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공약과 관련된 주요 예산이 줄줄이 보류됐다. 또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402억원) 예산이나 취업성공패키지 지원(2245억8200만원) 예산 등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선 공약은 아니었지만 ‘새마을’이란 이름이 붙은 예산도 찬밥 대접을 받았다. 새마을운동 지원(22억8000만원), 새마을운동 세계화(30억3800만원) 예산 등이 예다.



 보류된 예산은 다른 예산 항목에 대한 심사를 끝낸 뒤 논의하겠다는 게 여야의 입장이지만 시간이 촉박한 데다 정치적 입장이 크게 달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새마을’이나 ‘창조’ 이런 단어만 들어가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있다”며 “한쪽에서는 공약을 이행하라고 하면서 한쪽에선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위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예산안 자체가 터무니없게 책정됐다”며 “DMZ 예산도 현재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는 예산이고, 후진국 개발원조 사업이 있는데 굳이 ‘새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여 중복 지원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국가보훈처 등 대선 개입 논란이 일었던 부처의 예산도 보류 대상으로 밀리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기본 경비 100억 2700만원뿐 아니라 나라사랑 신문 발간(20억6200만원), 보훈정책개발(9억9000만원) 등 총 12개 사업(416억 5900만원) 예산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국가보훈처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정원 예산이 포함돼 있는 기획재정부 예비비 5조3343억원은 통째로 보류 리스트에 올랐다. 여야는 “국정원 개혁특위의 경과 등을 고려해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 개혁특위와 연계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반영된 셈이다.



 국군 사이버사령부 예산(17억7400만)과 국방부 부대자체교육(18억2900만)의 심사도 미뤄졌다.



 새누리당의 한 예결위원은 “국민들에게 정책을 알리는 데 쓰이는 꼭 필요한 예산인데도 민주당은 보훈처나 사이버사령부 논란 등과 연계해 다른 정부부처의 홍보 예산도 삭감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병완 의장은 “정부조직법 어디를 봐도 보훈처에 국가안보교육을 하라는 내용이 없다”며 “기본 기능이 아닌 일에 예산안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제주 해군기지) 예산(3064억7000만)이나 4대 강 사업 관련 예산 등 전 정부와 관련된 예산도 대거 보류됐다.



 경희대 임성호(정치외교학)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 문제 등으로 여야 모두 대선 연장전을 치르면서 감정적으로 격해지고 시간이 빠듯하다 보니 예산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타협해 나가는 과정이 생략됐다”며 “이제 와 급하게 통과시키려다 보니 논쟁이 될 만한 건 일단 미뤄놓고 보자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글=김경진·이윤석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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