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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북한 숙청사태, 중국 대응은?

중앙일보 2013.12.23 00:12 종합 37면 지면보기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교수
전 주한미국대사
북한 정권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예측할 수 없다. 군사나 궁정 쿠데타로 종식될 수도 있다. 노동자나 농민의 봉기, 또는 경제개혁 실패나 체제 한계로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김씨 왕조가 무너질 요소 중 분명한 것은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는 일이다.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아는 일은 항상 어려웠지만 이달 초 발생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갑작스러운 숙청과 즉각적인 처형 과정엔 이런 불투명함이 전혀 없었다. 67세의 그가 재판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처형되는 데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효율적인 사법체계’의 모델이랄까.



 장성택은 과거 두 차례나 밀려났지만 ‘소년왕’의 섭정으로서 다시 부상하며 어떤 상황이나 인물 아래에서도 살아남는 북한의 ‘탈레랑(18~19세기 프랑스에서 부르봉 왕조, 혁명정부, 나폴레옹 제정, 왕정 복고기를 거치면서 고위 외교관으로 끈질기게 살아남은 인물)’으로 보였다. 김정은이 그를 숙청한 동기는 셰익스피어 전집에 잘 나와 있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김정은이 실권을 행사하고 싶어 했으며 다른 방식을 권유하는 사람에 대해선 그 사람이 누구든지 인내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김정은이 개혁이나 북한 주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다는 증거는 없다. 장성택도 개혁가는 아니다. 북한의 식량 공급을 걱정하기보다 여러 대륙에 걸친 은행계좌를 통해 김씨 일가의 재산을 관리하는 책임을 졌던 것으로 보도됐다. 장성택이 계몽적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면 지금쯤 개혁의 조짐이라도 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에선 세워졌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수도 평양의 장마당이나 길가 채소시장 정도나 있을 뿐이다. 북한이 개혁 중이라거나 지도자 중 누군가가 이를 추구한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2008년 가을 북한을 찾았을 때 ‘일본인 소유’의 현대적인 최신 호텔(일본인은 보이지 않았다)에서 위성TV를 통해 CNN을 시청하고 저녁에는 유럽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1980년대 동유럽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의미심장한 체제 변화의 조짐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이는 이 나라의 ‘갱스터 엘리트’들을 지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장성택의 숙청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압력을 가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영향받아선 안 된다. 협상보다 북한의 무장해제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극단주의가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결국에는 전 세계가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돕고 선동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당연히 중국의 지원을 기대한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한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장성택에 대한 잔혹한 숙청의 여파로 중국은 북한에 대해 당황해하고 불쾌해한다. 게다가 중국은 ‘지역 내 거의 모든 다른 나라와 해상 영토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북한을 감싸는 것이 중국의 부상에 대한 전 세계가 우려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점차 귀를 기울이고 있다.



 물론 중국의 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수많은 낡은 관습도 극복해야 한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지난 몇 세기에 걸쳐 ‘적의 적은 친구’라는 믿음에 바탕을 뒀다. 하지만 이는 북한을 다루는 데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미래에 전 세계와의 관계에서 기본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야말로 중국의 직접적이고 장기적인 국익에 도움이 된다. 중국이 북한을 책임 있게 다루는 것이야말로 대망을 이루는 길이다. ⓒProject Syndicate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교수 전 주한미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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