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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90억 줘라" … 불법파업 손해배상 쇼크

중앙일보 2013.12.20 02:52 종합 3면 지면보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 500여 명이 2010년 11월 24일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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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공장점거
울산지법, 사상 최고액 배상 판결
"노조를 더 이상 약자로 보지 않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무단 점거했던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90억원을 회사에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내 노조가 회사에 물게 된 배상금 가운데 역대 최대 금액이다. 이번 판결 전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최대 배상금은 69억9000만원(2011년·코레일노조)이었다.



 울산지법 민사5부(부장 김원수)는 19일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선고 공판에서 “공장 점거에 따른 회사의 손해가 인정된다”며 “피고인 27명은 총 90억원을 회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2010년 11월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1공장을 25일간 무단 점거했다.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직후다. 이 과정에서 공장 점거를 막으려는 회사 측 직원들과 폭력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현대차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시 불법 점거에 가담했던 조합원 227명은 약식기소되거나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을 맡은 울산지법은 조합원 대부분에 대해 업무방해죄 등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현대차는 형사상 고소·고발과 함께 민사소송에도 나섰다. 당시 노조의 공장 불법 점거로 차량 2만7149대를 생산하지 못해 2517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2010년 노조의 공장 점거 사태 이후 총 19건의 손해배상 소송(청구금액 229억7000만원)을 제기했다. 현대차는 이날 판결을 포함해 총 5건에서 승소했다. 지금까지 결정된 배상금은 115억2826만원에 달한다. 앞으로도 70억원대의 소송을 비롯해 14건의 손해배상 소송이 남아 있다.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내는 것은 노동자를 탄압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현대차는 19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비정규직 노조는 과거 불법 행위에 대한 자성과 함께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점차 강도가 세지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항해 적극적으로 거액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부 주동자를 제외하고는 형량이 높지 않은 형사소송보다는 손해 사실만 입증되면 거액의 손해배상을 지울 수 있는 민사소송이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세한의 최기영 변호사는 “손해배상 소송은 객관적·구체적 증거에 의해 입증만 된다면 손해액의 상당부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고 설명했다.



 격렬한 형태의 불법 시위가 많아지면서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손해배상 인정 액수는 점차 커지는 추세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민사1부(부장 이인형)는 지난달 29일 쌍용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및 전 지부장 한모씨 등 139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3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날 경찰이 낸 소송에서도 1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씨 등은 기업회생절차 중이던 쌍용차가 전체 근로자 7179명 중 2646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2009년 5~8월 석 달간에 걸쳐 이른바 ‘옥쇄파업’을 벌였다. 쌍용차는 “불법행위로 107억69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보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 55억여원의 피해가 인정된다”며 “다만 파업의 원인이 된 대규모 정리해고에 대해 회사가 막중한 책임이 있는 점,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라 어느 정도의 영업손실이 예상된 만큼 책임은 6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법관 출신의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과거에는 약한 노조, 탄압받는 노조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근래 들어 폭력 일변도의 불법파업이 부각되면서 노조를 더 이상 약자로 보지 않는 시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해배상 책임을 과도하게 인정하게 되면 정당한 노조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법인 가율의 양지열 변호사는 “ 원인을 제공한 회사 측의 귀책사유 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울산=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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