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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선거 개입보다 야당 무능이 민주주의 위기 본질"

중앙일보 2013.12.20 02:44 종합 4면 지면보기
김병준
“민주당이 민주주의 위기를 계속 얘기하는데, 대통령의 권위주의나 국정원 선거 개입에서만 민주주의의 위기가 오는 건 아니다. 민주진영(야권을 지칭)의 정책적 무능이야말로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일 수 있다.”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
김병준 교수, 민주당에 쓴소리
생산적 정책 만들 능력 없으니 1년 내내 선거부정만 갖고 때려
새누리당은 정치력 자체를 상실 … 청와대 하부기관에서 못 벗어나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대통령 선거 1주년을 맞은 19일 야권에 쓴소리를 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집권 초기 여당의 전형적인 모습인 청와대 하부기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새누리당을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에 대해선 수권(受權) 능력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빛의 속도로 변하는 동북아 정세, 빠른 의사결정을 요하는 경제적 변화에 대의정치가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이 전부 바뀌기 전엔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여야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 앞에서 쓴소리를 했는데.



 “원혜영 의원이 강연을 해달라고 했다. 민주당의 정책적 무능함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지티브하고 생산적인 정책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으니까 네거티브로만 가는 거다. ‘민주주위 위기’라는 레토릭이 무능한 자들의 변명이나 도피처가 되는 게 아닌가.”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은 심각한 문제 아닌가.



 “나는 야권의 악순환을 얘기하고 있다. 야권이 연대하는 방식은 늘 ‘반(反)박근혜 연대’였다. ‘박근혜에 반대하는가’라는 물음에 ‘예스’라고 하면 연대하는 거다. 그 전엔 반MB(이명박)였을 거고. 거기엔 선거 승리의 공식만 숨어 있을 뿐 자기 정책에 대한 고민이 없다. 그 과정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패한 것이 잘못한 것인가. 선거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야권의 진짜 죄(罪)는 ‘이긴 후에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가’에 대한 답이 없었다는 거다. 정책적 맵(청사진)이 없기는 정부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정부에 대해 정책으로 차별화하지 못하고 1년 내내 선거부정만 가지고 때리는 거다. 민주주의란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민주진영에 있어야 한다. 그럴 능력이 없는 민주진영, 그래서 정권을 잡기 힘든 민주진영,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위기다.”



 -민주당 의원들이 공감하던가.



 “대부분 건성으로 듣더라. 세다고 항의하거나 공감한다는 이는 드물었다.”



 야당의 무능에 대한 지적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국민은 누가 더 진보적이냐 도덕적이냐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경제 문제를 개선할 대안을 만들 수 있느냐에 관심이 있다.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더 낫다”고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도 “대선 때 민주당은 정책 대결로 몰고갔어야 했는데,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정치·도덕적 이슈에 올인했다. 불운이 아니라 실력 때문에 졌다”고 평가했다.



 -여당은 어떤가.



 “정치력 자체를 상실했다. 정권 초 청와대의 하부기관으로서 단발적 대응만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나.



 “ 공약과 국정운영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다. 표를 얻기 위한 선거에서는 국민에게 나쁜 소리를 못한다.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한 얘기만 한다. 선거는 현실의 10분의 1도 담아내지 못한다. 따라서 집권할 사람은 ‘선거 이후에 대한 계획’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세계질서가 빠르게 바뀌고 경제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며 국내 사정도 여의치 않다. 이때 필요한 건 국민의 인내와 양보를 말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그런 리더십을 가능케 하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걸 국민에게 보여주고 고통을 참아내자고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고통을 감내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여의도 정치권엔 희망이 없는 건가.



 “국회의 의사결정 구조로는 현대의 복잡한 문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치가 틀어쥐고 있는 결정권한을 다른 곳으로 이양해야 한다. 경제문제는 과감히 노사정위원회와 같이 전문적·종합적 의사결정체를 만들어 넘겨야 한다. 기민하게 대응할 문제에 대한 사회 합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치로부터 자율성을 갖는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의사결정 구조를 본질적으로 바꿔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걸 시작해야 하는 건 국회다.”



 -정치권이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념도, 당도 넘어서야 한다. 국회의원의 임무가 정쟁이 아니라 국가운영이라는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결국 사람이 전부 바뀌어야 가능할지 모르겠다. 뛰어난 인재가 정치를 선택할 수 있어야 그때서야 정치도 경쟁력을 갖는데 …. 그럴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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