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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해진 골목, 김길태 악몽 걷혔다

중앙일보 2013.12.20 02:14 종합 18면 지면보기
3년 전 김길태가 여중생을 살해한 범행현장 주변 주택가는 이제 범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범죄예방 환경디자인(셉테드·CPTED)이 도입돼 산뜻한 벽화가 그려지고 방범용 폐쇄회로TV(CCTV)가 곳곳에 설치됐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 사상구 사상로 310번 나길 60. 벽화가 그려진 산뜻한 2층 양옥집에 7가구가 살고 있다. 이 집은 2010년 2월 발생한 김길태 사건의 피해자인 여중생 이모(13)양이 살던 집이었다. 사건 뒤 이양 가족이 이사가면서 빈집으로 방치돼 있었다.

부산 사상구 범죄예방 사업
곳곳 벽화 꾸미고 조명 밝혀
CCTV 늘려 주민 불안 없애



 이 집을 사상구가 집주인의 허락을 받고 수리한 뒤 지난 5월에 저소득층에게 빌려줬다. 임대조건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2만원으로 싸다. 바로 사상구의 ‘디딤돌 하우스’ 사업이다. 김길태 범행 현장 주변의 빈집 3채가 이렇게 바뀌어 현재 저소득층 12가구 22명이 살고 있다. 어린이들을 보호할 지역 아동센터와 마을도서관, 동네 사랑방이 있는 디딤돌복지센터도 들어섰다.



 김길태가 범행을 저지른 골목에서 이제는 영화 ‘살인의 추억’ 같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한 할머니는 “피해 가족에게는 미안하지만 김길태 때문에 동네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부산지검과 범죄예방 부산지역협의회, 사상구 등이 범죄예방 환경디자인(셉테드·CPTED) 개념을 적용한 환경개선사업을 19일 마쳤기 때문이다. 셉테드는 건축물과 도로에 범죄 발생과 시민 불안을 줄이는 디자인을 도입하는 것이다.



  범죄를 유발하는 환경으로 지적되던 어두운 골목길을 밝게 하기 위해 골목길 120여 곳에 밝은 벽화를 그렸다. 보도블록도 밝은 것으로 교체했다. 밤길을 밝히는 조명등과 폐쇄회로TV(CCTV)도 곳곳에 설치했다. 경찰 순찰도 강화됐다. 사상구청 4층에 있는 통합관제센터는 폐쇄회로TV를 통해 24시간 감시 한다.



 부산시는 김길태 사건이 마무리된 직후인 2010년 6월부터 시민들이 각종 위험에서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부산시는 안전도시 추진조례를 2012년 4월 제정한 데 이어 부산시 범죄예방 도시 디자인 조례도 지난 7월 만들었다. WTO국제안전도시 공인도 지난 10일 받았다. WTO국제안전도시 실사팀은 인구 10만명당 각종 사고로 사망하는 수가 2010년 62.8명에서 2011년 60.7명으로 줄어드는 등 교통사고, 자살, 재난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높이 평가했다.



 부산시 안전도시 사업은 30여 개에 이른다. 범죄와 교통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고, 노인과 취약 계층 가정의 안전을 지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자살 예방 상담창구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



 부산시는 내년에는 국제안전도시 5개년 계획을 세워 다양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더 개발할 예정이다.



 박우근 부산시 안전총괄과장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분석한 뒤 줄이는 방안을 계속 찾겠다”고 말했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김길태 사건=2010년 2월 24일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 골목길에서 김길태(당시 33)가 여중생 이모(당시 13)양을 납치해 빈집으로 데려간 뒤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김길태는 그해 말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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