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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유치 이끈 도쿄도지사,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로 사퇴

중앙일보 2013.12.20 02:08 종합 20면 지면보기
이노세 나오키
일본 수도 도쿄의 행정을 맡아온 이노세 나오키(67) 도쿄도지사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했다.


의료법인서 5억여원 받은 혐의

 지난해 12월 선거에 승리해 지사직에 오른 지 1년 만이며, 지난 9월 2020년 여름올림픽의 도쿄 유치에 성공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올림픽 유치의 주역이던 그를 하루아침에 추락시킨 것은 지난달 22일 불거진 정치자금 수수 스캔들이다. 지사 선거를 한 달 앞뒀던 지난해 11월 일본 최대 의료법인인 도쿠슈카이(德洲會)그룹 측으로부터 5000만 엔(약 5억1000만원)의 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가 지난 9월 이 돈을 도쿠슈카이에 반납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과정에서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도쿄지검 특수부가 도쿠슈카이에 대한 수사에 돌입하자 받았던 돈을 돌려준 것이다. 이노세는 처음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선거에 떨어지면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 개인적으로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도쿄도의회의 추궁 과정에서 몇몇 거짓말이 들통나고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비서에게 물어보라”는 식으로 일관하자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변에선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과 도쿄가 국제사회에서 부끄러운 존재가 돼선 안 된다”며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됐다. 고민하던 이노세의 결단을 앞당긴 사람은 전임자이자 멘토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지사였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이시하라는 최근 “더 이상 못 버틴다. 인생 말년을 더럽히지 말라”고 충고했고, 이노세는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노세는 “도정을 더 이상 정체시켜선 안 된다고 판단해 사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논픽션 작가 출신인 이노세는 2007년 당시 지사였던 이시하라에 의해 발탁돼 5년 넘게 부지사로 일했다. 지난해 이시하라가 중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후임으로 그를 추천했고, 그해 12월 선거에서 434만 표라는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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