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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작품 24%가 위작 … 베끼기 넘어 합성도 성행

중앙일보 2013.12.20 01:54 종합 25면 지면보기
1950년대 김환기는 달항아리를 안고 있는 소녀들을 즐겨 그렸다. 위 그림은 진품 ‘여인과 매화와 항아리’(1956)의 일부. 아래 그림은 이 같은 도상을 조합한 위작(부분)이다. [사진 한국미술품감정협회]
복제·합성·편집-. 그림 위조꾼들은 원작을 모사할 뿐 아니라 여러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도상을 조합하기도 했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감정한 5130점 중 26%인 1329점이 가짜였다. 146점이 판정불능, 3655점(71%)가 진품 판정을 받았다. 가장 의뢰가 많았던 작가는 천경자였다. 김환기·박수근·이중섭 등이 뒤를 이었다. <표 참조>


미술품감정평가원 분석
달·항아리 등 낯익은 주제 조합
도록에만 남은 작품 주로 모사

 감정평가원은 19일 서울 삼청로 출판문화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서양화가 중 가장 감정 의뢰가 많았던 김환기(1913∼74)의 작품을 통해 위조수법을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김환기의 작품 262점을 감정했고, 그 중 24%인 63점을 위작으로 판정했다.



 김환기는 한국 근대미술의 선구자다. 백자와 학, 달 등 선비적 이미지를 즐겨 그렸고, 만년엔 점묘 추상화라는 독특한 형식을 확립했다. 국제 미술시장에서도 통용되는 작가다. 김환기의 위작 사례를 분석한 김인아 감정평가원 실장은 “감정 의뢰가 많다는 것은 작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 즉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환기의 경우 위작 시비가 많은 박수근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구도와 도상의 작품을 여러 점 그렸다. 원작을 있는 그대로 복제한 위작이 나타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문인화적 정서가 잘 드러난 ‘달과 매화’(1958, 100×72.7㎝)의 경우 원작의 4분의 1 크기로 그대로 베낀 위작도 있었다. 캔버스엔 물에 젖은 흔적과 먼지 얼룩 등으로 오래된 듯한 효과를 만들었다. 색을 여러 번 겹쳐 칠하면서 밑색을 은은하게 드러낸 원작과 달리 물감을 한번에 두껍게 칠한 바람에 균열과 박락(剝落)이 일었다. 도록 사진을 보고 베낀 수준의 위작이다.



 달·항아리·매화 등 작가가 즐겨 쓰는 소재를 합성해 새로운 그림을 만들기도 했다. 이른바 편집술이다. 김환기는 매화나무를 배경으로 항아리를 든 소녀 여러 명이 등장하는 그림을 자주 그렸는데, 이 이미지를 이용해 항아리든 소녀상만 새로 그린 위작도 있었다.



 김 실장은 “김환기의 미공개작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어 철저한 감정이 필요하다”며 “도록에 사진으로만 수록돼 있거나, 사진의 배경으로 걸려 있던 그림을 새로 그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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