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론] 공기업 부패근절, 내부자 고발로

중앙일보 2013.12.20 01:09 종합 33면 지면보기
신광식
연세대 겸임교수
공기업은 전기·가스·철도 등 사회기반시설과 필수 서비스를 독점 공급한다. 이 때문에 공기업의 부패·비효율은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공기업을 관리·감독한다. 특히 감사원·국민권익위원회 등이 반부패 시책을 맡는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반부패 정책·제도가 별 실효성 없이 헛돈다는 점이다.



 예컨대 최근 동시다발로 발생한 원전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종 비리가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이뤄졌고 많은 사람이 관련됐는데도 천문학적 피해가 초래될 때까지 덮여왔다. 부패방지기관들이 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원전 비리의 중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국민권익위로부터 ‘3년 연속 반부패 활동과 성과가 우수한 기관’으로 칭찬받았다. 또 2010년도 청렴도 평가에선 48개 기관 중 외부청렴도 1위, 내부청렴도 4위, 종합청렴도 2위를 하면서 1등급(매우 우수) 평가를 받았다. 공기업 평가·감시 같은 행정활동 위주인 정부 반부패 시책으론 공공부문 부패를 막기 힘들다는 의미다.



 부패 방지의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부패행위로 얻는 이익보다 적발될 경우 입을 손실이 훨씬 크도록 제도를 고치면 된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부패행위는 적발해야 처벌할 수 있는데 문제는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은밀하게 이뤄지며 교묘하게 은폐되므로 제3자가 알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원전과 같은 ‘그들만의 리그’에선 더욱 그렇다. 공기업 경영자들은 비리 적발보다 외부 평가에 더 관심을 두며 설령 내부 감사를 해도 부패한 기업문화와 집단 이기주의 앞에선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패행위 적발 확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부패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억제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 내 부패·비리를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는 사람은 내부자다. 따라서 내부자 고발을 적극 유도하는 게 원전 비리 같은 구조적 비리를 찾아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부패와 효과적으로 싸우는 나라가 미국이다. 어떤 나라든 정부 돈을 받아 사용하는 곳에는 서류조작이라든가 허위 대금청구 등의 비리가 발생하기 쉽다. 이런 식으로 정부에 사기를 치는 행위에 대해 미국은 민간인이 직접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퀴탐(Qui Tam) 소송이 그것이다. 민간 내부자 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제기된 소송은 물론 정부에 통보돼 정부가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고발한 민간인이 받는 이득은 정부 참여 여부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손해배상액의 15~30%다. 이 제도 때문에 내부자들의 소송 제기가 매우 활발하다. 1986~2010년 제기된 7800여 건의 소송에서 미 정부는 290억 달러(약 30조4700억원), 민간인은 32억 달러(약 3조3600억원)의 배상금을 각각 받았다.



 물론 한국도 부패방지법 등에 내부 신고자의 보호 및 보상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보상 제도는 숨겨진 부패의 폭로를 유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빈약하다. 신고에 의한 공익 증대가 아무리 커도 포상금은 1억원을 넘을 수 없다. 보상금은 부패행위의 경우 20억원, 공익침해행위의 경우 10억원을 넘을 수 없다. 당연히 보상금 지급실적도 미미하다.



 거듭 말하지만 공기업 부패척결의 관건은 부패행위의 적발에 있다. 내부자 고발은 적발이 매우 어려운 부패행위들을 드러내는 효과적이고도 유일한 경로다. 원전 비리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접수된 제보 때문에 적발된 것 아닌가. 그러려면 내부 고발에 대한 보상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관련 법·제도를 개정·보완해야 한다.



신광식 연세대 겸임교수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