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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행복주택을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중앙일보 2013.12.20 00:53 경제 10면 지면보기
박신영
한국도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주변에 갑자기 가난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주거지가 조성된다면 누구나 고개를 내젓고 반대할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집값이 떨어지고, 자녀교육에 좋지 않고,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등등…. 1989년 당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입주했던 영구임대주택 거주자들조차 자신의 동네가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것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행복주택 건설 예정지로 지정된 주민들의 반응은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행복주택 공급 예정지로 발표된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너무 이기적이라고, 그러니 생각을 고치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고, 주택을 건설해야 하는 LH의 재무상황이 문제가 되면서 행복주택정책의 수정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결국 공급량이 20만 호에서 14만 호로 줄어들고 가장 반대가 극심한 목동 지역의 공급물량은 2800호에서 1300호로 반 이상 축소됐다.



 정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행복주택 입주자의 80%가 사회초년생, 대학생, 신혼부부라고 한다. 이들에게 행복주택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 줄어드는 것이다. 만일 입주자를 이미 모집했더라면 그들 역시 머리띠를 두르고 행복주택 축소 반대를 외쳤을 것이다.



 올해 내내 신문에 보도된 것처럼 전세가가 급등하고 전세 대신 월세가 점점 늘어나면서 가난한 사람일수록 올라가는 임대료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다. 주택임대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건 시장론자들도 찬성하는 바다. 물론 임대주택의 공급을 지금처럼 꼭 정부가 새로 짓는 주택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공급방식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행복주택처럼 집만 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편의시설을 함께 공급하고 계층 혼합(social mix), 연령대 혼합(age mix)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공공임대주택의 문제점을 시정하는 것이기에 임대주택에 대한 이미지 불식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행복주택 공급이 예정된 시범지역 거주자들에게 묻고 싶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환경’ ‘실패한 사람들을 보듬지 못하는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그들이 거주하는 환경의 일부를 나누고 싶지 않냐고?



 정부에도 간곡히 부탁한다. 행복주택이 임대료만 싼 임대주택이 아니라 임대주택 거주를 통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필요한 시설을 함께 공급해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하라고. 그리고 ‘간난 아이들이 예쁜 웃음을 터트리는 동네’가 되도록 하라고. 또한 주변 지역 주민들이 내 이웃에 혐오시설이 있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라고. 공공임대주택도 건강보험이나 교육의 기회보장처럼 누군가를 위한 사회안전망이기에 나의 부담을 통해 제공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신영 한국도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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