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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 신중해야

중앙일보 2013.12.20 00:50 경제 10면 지면보기
김성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최근 광대역 LTE 및 LTE-A를 기반으로 한 이동통신 3사의 기술 리더십 경쟁이 다시금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KT는 국내 최초 수도권 전역 광대역 LTE 서비스망 구축을 완료했고, SK텔레콤은 세 배 빠른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시연한 바 있다. 또한 만년 3위 사업자의 설움을 씻어내고 LTE 시대의 강자로 부상한 LG유플러스 역시 올해 내에 서울 일부 지역에서 광대역 LTE 서비스 도입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 화웨이가 한국에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는 데 대해 미국 정부는 동맹국 간의 통신 보안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미 외산 장비 업체가 국내에 진출해 있는 마당에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국내 진출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는 것은 공평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화웨이 장비의 도입은 도청·감청 등 ‘보안’ 측면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국제 경쟁력, 특히 국내 통신장비업체의 생존에 위협요소로 작용하는 등 ‘산업’ 측면의 역기능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화웨이의 국내 시장 진입은 정보통신산업의 선순환적 발전 구조를 훼손해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첨단 네트워크 구축→신규 서비스 개발→단말기·교환기 적용’으로 네트워크·서비스·단말기의 유기적 발전을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화웨이 장비의 도입으로 우리나라의 첨단기술 노하우가 유출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는 어렵다. 화웨이 국내 시장 진출의 가장 큰 목적이 첨단 이동통신기술의 테스트베드인 한국에서의 망 운용 경험 및 노하우 습득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둘째, 저가 화웨이 장비 도입으로 인해 국내 중소 통신장비업체의 생존 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국내 LTE 장비 공급을 담당했던 삼성전자와 에릭슨엘지·NSN 등은 소형기지국(RRH) 부품·모듈 및 소프트웨어 중 50% 이상을 국내 중소기업으로부터 공급받아왔다. 화웨이는 가격경쟁력이 뒤지는 국산 부품 및 장비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유인이 없다. 따라서 25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중소 통신장비업체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LG유플러스와 화웨이는 국내 업체와의 상생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공산이 높다.



 올 8월 미래창조과학부는 2017년까지 ICT 장비 5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22개 ICT 글로벌 장비를 집중 개발하겠다는 ‘WIE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서비스와 단말 산업도 장기적으로는 ICT산업 전반의 기저가 되는 장비산업의 발전 없이는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ICT 분야의 핵심 기술과 국제경쟁력 유지가 인프라 투자비 절감이라는 명분으로 평가절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정부와 기업 모두가 단순한 경제 논리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국가 및 산업의 미래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의 신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성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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