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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내 옷은 안 사도 개 옷은 사지요

중앙일보 2013.12.20 00:18 경제 2면 지면보기



도글라스·개링머신·털소기 … 부럽나요?
반려동물 시장 올해 2조원
다섯 집 중 한 집 '동물가족'
개·고양이 500만 마리 키워











네 살 난 ‘퐁이’(개)와 한 살 난 ‘보리’(고양이)를 가족으로 둔 골드미스 정소은(38·여·서울 내수동)씨는 월 300만원이 넘는 월급 중 3분의 1가량을 이 둘에게 투자한다. 유기농 사료부터 겨울철용 두툼한 겉옷, 귀 덮개 등까지 구입하는 물품도 다양하다. 올 들어 국내에서도 애완동물 관련 제품이 많아지며 정씨의 ‘쇼핑’도 한결 수월해졌다. 이달 초엔 운동 부족으로 살이 오른 퐁이를 위해 아마존에서 ‘직구’(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것)로 미국 유명 제조사의 ‘개링머신’(개+러닝머신)을, 긴 털 종이라 털이 많이 빠지고 날리는 보리를 위해 동물 털을 잘 빨아들이는 ‘털소기’(털+청소기)를 구입했다. 정씨는 “가끔 나더러 ‘동물에게 뭐하러 그런 돈을 쓰냐’ ‘애정이 지나친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남들에겐 동물일지 몰라도 퐁이와 보리는 나에게 가족”이라며 “얼마가 들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덧붙였다.



 핵가족과 1인 가구, 고령 인구가 늘며 애완동물을 벗삼아 사는 ‘반려동물 가정’이 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000만 명, 반려동물 수는 500만 마리에 이른다. 올 10월 농협경제연구소는 국내 2000만 가구 가운데 약 18%인 359만 가구가 개나 고양이를 기른다고 발표했다. 햄스터·이구아나 등 다른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까지 합치면 다섯 집 중 한 집꼴로 동물을 가족으로 맞은 셈이다. 이 중 정씨처럼 자신이 키우는 동물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주인들이 늘며 반려동물 제품 시장도 매년 쑥쑥 크는 중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올해 2조원 정도인 국내 반려동물 관련 제품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앞다퉈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개링머신이나 털소기, 애견용 선글라스인 ‘도글라스’(개+선글라스) 같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나 롯데마트 온라인몰은 애완동물용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리온 동물병원 대치점의 정소영 수의사는 “동물도 사람처럼 알레르기를 앓기도 하고 체질도 다르다”며 “수제 사료, 유기농 의류 등 맞춤형 상품들에 대한 고객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4인 가정에서는 특히 동물 털을 일반 청소기보다 잘 빨아들이는 털 청소기가 인기다. 직장생활이 바빠 따로 청소할 시간이 없는 싱글족들도 주요 고객이다.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S8 캣앤도그’ 진공청소기를 내놨다. 가늘고 카펫 등에 잘 달라붙는 개나 고양이 잔털까지 말끔하게 청소할 수 있는 제품으로, 동물 털 전용 브러시가 추가로 구성돼 있다. 청소기 내부 에어필터에는 청정숯이 들어가 청소를 하면서 동물 냄새까지 제거할 수 있다. 밀레코리아의 윤일숙 마케팅 팀장은 “ 다소 비싼 가격에도 1~2인 가구 고객이 전체의 27% 정도로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애완견용 러닝머신과 선글라스는 이미 반려동물 가정에선 입소문을 탄 제품이다. 도글라스는 개 전용 선글라스를 만드는 미국 업체 브랜드지만, ‘호치키스’(스테이플러), ‘스카치테이프’(투명접착테이프)처럼 관련 제품을 아우르는 이름으로 쓰일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대부분의 국내 애견 제품 쇼핑몰에서 도글라스를 판매 중이다. 특히 나이든 고령견들의 경우 눈이 햇빛에 약하고 백내장에 걸리는 비율이 전체의 5%가량 되는데 도글라스를 쓰고 외출하면 좀 더 편하게 산책이나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다.



 애완견용 러닝머신은 직장생활로 본인 운동은 물론 반려견을 따로 산책시킬 여유가 없는 주인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다. 크기도 소형·중형·대형견용 사이즈별로 구분돼 있다. 대형견용의 경우 최대 50㎏ 나가는 반려견이 운동해도 될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었다. 운동을 시작하면 기계 전면에 부탁된 액정화면에 운동 거리 및 속도, 소모 칼로리가 표시되고 속도와 높낮이도 조절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주로 펫젠·조이어도그 등 해외 업체들의 제품을 공동 구매하거나 아마존 등 해외 온라인숍에 주문한다.



 주인이 기르는 반려견에게 가장 많이 물리는 경우는 목욕시키거나 털을 말릴 때다. 반려견들이 갑자기 쏟아지는 뜨거운 물이나 바람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애견 드라이어 제조업체인 에띠라는 이런 점에 착안해 2008년부터 애견용 드라이어를 만들었다. 40도가 넘는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일반 드라이어와는 달리 에띠라의 ‘EPD-01’은 35~40도 정도의 미온풍이 나와 반려견이 놀라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도 빠르게 털을 말릴 수 있다. 또 드라이어에서 나오는 소음도 70데시벨(㏈)로 일반 드라이어(85㏈)에 비해 낮다. 유달리 청각이 예민한 개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주인이 두 손으로 반려견을 잡고 털을 말려줘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드라이어를 손으로 드는 게 아니라 땅에 세워놓는 ‘거치형’으로 만들었다.



 해외 업체에선 반려동물용 첨단 정보기술(IT) 기기도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인 ‘휘슬’은 스마트폰과 연동돼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IT목줄 ‘휘슬’을 개발했다. 외출 시 반려동물의 목에 근육 움직임을 측정하는 센서가 부착된 이 목줄을 걸어놓기만 하면 된다. 동물이 얼마나 자고 걸었는지, 음식은 얼마나 먹었는지 등을 내 스마트폰에 알림과 통계 그래프로 알려주기 때문에 밖에 있어도 반려동물이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99.95달러(약 10만5000원)에 예약판매 중이다.



조혜경 기자



사진 설명



1 헤헤~ 내 눈은 소중하니까
애견용 선글라스인 ‘도글라스’는 해외 제품이지만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가격 3만~4만원대. [사진 스타일멍멍]



2 ‘개텐트’에서 하룻밤을 가볍고 세탁이 편한 허츠앤베이의 ‘티피텐트’. 가격 11만원대. [사진 허츠앤베이]



3 달려라 개링머신(개+러닝머신) 높낮이·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도그트레드의 러닝머신. 가격 70만원대. [사진 아마존]



4 털소기(개털+청소기) 나가신다 얇은 털이나 뭉치까지 잘 빨아들이는 밀레 진공청소기. 가격 60만원대. [사진 밀레]



5 따뜻해 개드라이어(개+드라이어) 미온풍으로 털을 말려주는 에띠라의 드라이어. 가격은 15만원대. [사진 에띠라]



6 IT목줄 덕에 보이지 않아도 알아 스마트폰에서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IT목줄 ‘휘슬’. 가격 10만원대. [사진 휘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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