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채권 줄이고 선진국·국내 주식 담아라

중앙일보 2013.12.20 00:13 경제 1면 지면보기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라는 금융시장의 철칙이 또 한 번 입증된 하루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출구전략’이 윤곽을 드러내자 증시는 오히려 반등했다. 미국·일본 증시는 1% 이상 올랐고, 코스피 지수도 소폭(0.05%) 상승 마감했다. 출구전략 시점과 강도는 지난 5월 벤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시사 이후 반년 이상 글로벌 증시의 주된 이슈였다.


[이슈추적] 양적완화 축소 이후 투자는 어떻게

 시장 분석가들은 연준의 이번 테이퍼링 발표에 대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같은 불안요소가 상존해 있는 만큼 신중하게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기회복 기대로 위험자산 선호”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본지가 19일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설문한 결과 대다수는 테이퍼링 이후 ‘주식>채권’이라는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센터장은 “테이퍼링은 미국 경기회복의 자신감을 반영한 결정”이라며 “2015년 이후 진짜 미국의 긴축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위험자산 위주의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선진국 주식과 국내 주식형 상품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얘기다.



반면 채권시장엔 테이퍼링이 약세(금리상승) 요인이다. 18일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04%포인트 오른 2.884%에 마감됐다. 앞으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월가는 보고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도 있지만 경기회복세가 본격화되면 시장금리는 오르기 마련이고, 따라서 국내든 해외든 채권 비중은 일단 줄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채권투자자들에게 “만기 1년 이하의 채권을 사서 만기 때 금리가 상승해 있으면 또 다른 단기채로 갈아타고 하락하면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내년 부채 관리수단으로 발행될 공기업의 영구채가 만기는 길지만 수익률이 연 4∼5%로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내 금리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많았다. 이번 연준 발표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최소 2년간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 확실해지면서 시장금리 상승요인은 크지 않다는 논리다. 이날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날과 같은 2.9%로 마감됐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3년물 금리는 2.8∼3%의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은행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까. KB국민은행이 파는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연 3.6∼3.7% 수준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고정금리대출 금리 4.15%(11년 기준·기본형)보다 0.4∼0.5%포인트 낮다. NH농협증권 신동수 연구원은 “내년에 금리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중장기로 보면 변동금리 대출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고 말했다.



환율 상승, 달러화 자산 투자 유망



주목해야 할 건 외환시장이다. 테이퍼링이 미국 채권금리를 빠르게 올릴 경우 전 세계에 풀린 달러화가 미국으로 ‘유턴’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할 수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8.8원이나 떨어지며(환율 상승) 1060원대로 진입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달러화 자산에 투자해볼 수 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도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유로존의 경기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달러화 강세 기조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엔저는 더 주의해 봐야 할 대목이다. 미국의 긴축(테이퍼링)과 일본의 완화정책이 겹치면서 엔저 속도가 빨라지면 한국 수출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달러당 104엔대로 떨어졌다(환율 상승). 엔-달러 환율이 104엔대가 된 것은 2008년 10월 이후 5년2개월 만이다. 이 여파로 이날 현대차(-3.08%), 현대모비스(-3.94%), 기아차(-1.83%) 등 자동차 3인방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신흥국 투자도 당분간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테이퍼링 취약국으로 브라질·인도·터키·인도네시아·남아공 등을 지목하며 내년에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날 인도 증시는 1% 이상 오르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대신증권 조윤남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여름 테이퍼링 우려에 신흥국이 한바탕 홍역을 앓은 것이 일종의 예방주사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그래도 신흥국 투자는 당분간 ‘중립’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신흥국·금 투자 당분간 신중해야



 달러 강세 요인인 테이퍼링은 원자재 시장엔 악재다. 원자재는 보통 달러값과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이미 반영돼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1236달러 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블룸버그가 14명의 원자재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내년 평균 금값 예상치는 1216달러다. 더 떨어진다 해도 20달러 내외의 하락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동양증권 이석진 연구원은 “단기 투자자라면 금은 추천하지 않는다”면서도 “장기 투자자라면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진 금을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말했다. ‘테이퍼링=글로벌 경기회복’으로 본다면 하락폭이 컸던 구리 같은 산업금속 시장에도 투자해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도 상승 요인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금리 급등만 없다면 실수요자는 주택 구입을 고려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창희·홍상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