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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SNS로 30년 만에 다시 피어난 우정

중앙일보 2013.12.20 00:05 11면 지면보기


황의택 한기대 홍보담당관(에세이스트)
지난 10월 중순 스마트폰 화면에서 한 포털 업체가 만든 SNS가 눈에 들어왔다. 초·중·고 동창생들끼리의 모임 기능이었다. 30여 년 전 남녀공학 중학교 동창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져 모임방에 가입을 해봤다. 가입자가 하나 둘 늘어날 뿐 크게 활성화되질 않았다.



 반 모임이 아닌 80년대 중반 한 해의 졸업생 전체 모임이다 보니 서먹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회원 수가 늘면서 서로가 다정다감하게 접근하며 소통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같은 반 동창끼리는 당연히 반갑다고 아우성쳤고 옛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반이 달랐던 친구라 어쩌면 처음 만나는 가입 동창들에게도 오직 ‘동창’이란 이유만으로 정말 반갑게 맞아주는 상황을 보고 흐뭇했다. SNS에 올라온 친구들의 사진들은 영락없이 세월의 두께가 밴 40대 중반들로 변해 있었다. 자녀가 아직 초등학생인 친구를 비롯해 대학에 간 친구, 심지어 일찍 결혼해 벌써 외손녀를 본 여자 동창생들도 있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처음엔 서먹했어도 모임방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30년 전으로 돌아간 평등한 ‘늙은 중학생’이었고 모두 반말로 소통했다. 친구들이니까. 그리고 이제는 매일 각자의 소소한 일상과 사진, 추억거리, 음악, 재미있는 이야기 등을 스스럼없이 올리고 있다. 그러면 수십 명씩 댓글로 공감과 호응을 해주거나 귀엽고 장난스런 말투를 던지곤 한다.



 급기야 이달 들어 80여 명의 회원 가운데 절반 가량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추운 겨울에도 옛 추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우정을 나눴다. 각자 살아온 길, 현재 하는 일, 사고방식 등 하나 같이 모두 다른 40대의 중년들이 SNS를 계기로 ‘진짜 동창회’를 가진 것이다.



 이후 모임방은 더욱 활기차졌고 친구들은 이른 아침부터 ‘좋은 하루를 보내라’ ‘운전 조심해라’ ‘다음 모임은 언제 할거냐’ 등 아끼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소위 ‘번개 모임’을 갖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친구들이 모임방을 통해 급속도로 결속된 이유는 긍정과 배려, 신뢰의 마인드 때문이다. 이곳에선 모두가 평등하고 존중과 칭찬을 주고받는다.



실제 각자의 중년의 삶에서 흔히 겪게 마련인 경쟁심이나 스트레스·우울·고독 등은 없고 마음에 위안을 주는 ‘착한 세상’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필자 역시 모임방을 통해 삶의 새로운 재미와 우정을 새록새록 키우고 있다.



 하버드대 의학교수 조지 베일런트는『행복의 조건』이란 책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 등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했다. SNS가 맺어준 30년 만의 값진 우정이 앞으로도 영원하길 바란다.



황의택 한기대 홍보담당관(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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