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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철도파업 장기화

중앙일보 2013.12.20 00:05 2면 지면보기
19일 오전 천안 두정역에서 수도권전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타고 내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두정역 내에 설치된 상황판, 현재 코레일의 사정을 승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보름을 넘어가면서 최장 파업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노사간의 대치국면은 지속되고 있다. 천안·아산지역 교통체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례없이 장기화하는 파업에 시민 불편만 커지고 있다. 19일 천안 두정역과 KTX천안아산역을 찾아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시민들을 만나봤다.

“출근 시간 빨라지고 퇴근 시간은 늦어져” “일부 대학 조기 종강하기도”
하루 평균 1만5000여 명 이용하는 KTX천안아산역
상·하행 98대→ 90대 감축
이용객 몰리는 오전 6시대나 8시대 운행 줄어 시민 불편



#1 아산 신도시에 거주하며 천안아산역 KTX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동규(32·가명)씨. 김씨는 최근 출근시간은 빨라지고 퇴근시간은 늦어졌다. 코레일 측의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KTX 열차가 감축 운행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달 KTX정기권을 예매하고 오전 8시40분 정도에 KTX를 탔지만 감축운행으로 7시30분에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며 “퇴근 시간에는 서울역에서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열차를 타고 귀가해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2 누리로 열차를 이용해 통학을 하고 있는 대학생 이태화(20·가명)씨. 이씨 역시 코레일 측의 파업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역과 아산 신창역을 오가는 누리로 열차 운행이 모두 축소돼 통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누리로 열차를 타면 출발지인 수원에서 40분 정도면 모교인 순천향대학교가 있는 신창역까지 갈 수 있지만 파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수도권 전철을 이용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1시간10분 정도. 거의 두 배 가까이 시간을 허비하는 셈이다. 이씨는 “누리로를 비롯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감축운행을 하면서 통학시간도 훨씬 길어졌다”며 “수도권 전철은 요금이 싸다는 장점은 있지만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최대 1시간 가까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3 천안 두정동에 사는 임수진(27·여·가명)씨도 코레일 측의 파업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매일 두정역에서 수도권 전철을 타고 평택으로 출·퇴근 하는 임씨는 남들보다 출퇴근시간이 늦다 보니 전철감축운행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임씨는 “전철의 경우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출퇴근 시간대에는 정상 운행을 한다고 했지만 나 같은 경우는 10시까지 출근이기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는다”며 “15분에 한 대씩 오던 전철이 25분에 한 대씩 오니 대기시간이 길어졌다”고 불평했다.



철도노조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천안과 아산지역을 오가는 일반 열차(누리로·새마을호·무궁화호)와 수도권전철이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지난 16일부터는 천안아산역을 오가는 KTX열차까지 감축운행에 들어가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전철은 평시대비 93.1%, KTX는 86.8%의 운행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일반열차(새마을, 무궁화)는 평시대비 62.6%의 운행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필수인력의 피로도 누적과 대체인력의 업무미숙으로 인한 사고가 전국적으로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 또한 커지고 있다. 19일 오전 천안 두정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4)씨는 “뉴스에서 전철과 관련된 사고가 보도될 때마다 ‘혹시나’하는 생각에 불안해진다”며 “두정역에서 승객이 많이 타고 내리는데 승무원이 실수라도 한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정역의 경우 일 평균 이용객이 8000여 명으로 천안아산에 있는 전철역 중 천안역(1만여 명)다음으로 많다. 코레일(대전지사) 관계자는 “지난 17일부터 노조원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교통대 철도대학 학생들을 철수시키고 철도 자격증이 있는 특전사 요원 등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두정역이나 천안역의 경우에는 이용객이 많기 때문에 승무원들에게 더욱 안전을 기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철도가 감축운행을 하면서 종강을 앞둔 대학생들의 통학에도 비상이 걸렸다. 천안·아산지역엔 순천향대·호서대·선문대·백석대·한국기술교육대·나사렛대·남서울대·상명대 등 총 10여 개 대학이 있다. 이곳을 다니는 학생들의 30% 안팎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통학하고 있다.



 선문대 관계자는 “수도권전철을 이용해 통학하던 재학생들 중 지각생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종강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대중교통문제로 지각생들이 속출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순천향대가 열차통학생들을 위해 4년째 운영중인 ‘열차강의’에도 차질을 빚었다. 철도파업이 시작되기 전인 9일 오전까지만 강의가 이뤄지고 10일부터는 휴강에 들어간 뒤 어쩔 수 없이 잠정적으로 종강을 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역대학들이 긴급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순천향대는 셔틀버스를 늘리고 기차역까지 임시셔틀버스를 오가게 해 통학생들의 불편을 줄일 예정이다. 지역의 다른 대학들도 철도파업이 오래 갈 것으로 보고 겨울방학 때까지 학생들의 통학편의를 위한 종합대책을 세우고 있다. 선문대에 재학 중인 장모(21)씨는 “몇 과목은 벌써 종강을 했기 때문에 수업시간이 일정치가 않다”며 “낮 시간대 전철이 대폭 감축돼 통학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천안아산역을 경유하는 KTX도 16일부터 감축운행에 들어가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KTX천안아산역은 일 평균 1만5000여 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상행과 하행 총 98대가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파업 때문에 8대가 줄어든 90대로 감축운행이 되고 있다. 얼핏 보면 소폭 감소한 추세지만 이용객들이 몰리는 오전 6시대나 8시대의 상행선(서울방면)이 운행을 멈춰 시민들의 불만을 야기시키고 있다.



17일 KTX 천안아산역에서 만난 직장인 조모(32)씨는 “8시45분 KTX를 타면 정확히 9시 정도에 광명역에 도착해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며 “항상 타던 시간대에 열차가 운행을 멈추니 출근시간을 맞추기가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하루빨리 파업을 마무리 짓고 정상운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설 연휴에 대비해 예매 시스템 준비에도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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