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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학교서 배운 과학은 짭짤한 살림 밑천

중앙일보 2013.12.20 00:01 Week& 9면 지면보기
수학자 될 것도 아닌데 복잡하고 골치 아픈 수학을 왜 배워야 해? 역사학자 될 것도 아니면서 세계사·국사는 또 뭣하러?



이런 유의 불평·불만 안 해본 사람 없을 것이다. 한데 살아보니 그런 게 아니더라는 생각도 조금씩은 해봤을 터다. 연금·저축·펀드 온갖 금융상품 중에서 내게 꼭 맞는 걸 골라야 할 때, 수익률이라도 제대로 파악해 보려면 수학 좀 알아야 편하다. 전국 방방곡곡, 세계 구석구석 여행이라도 다닐라치면 국사·세계사에 더해 지리까지 모두 동원돼야 풍부한 여행, 즐거운 여행이 된다.



최근 JTBC 예능정보 프로그램 ‘살림의 신’ 녹화장에서 깨달았다. 과학자가 될 게 아니라도 과학을 알아야 한다는 걸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머리를 써야 몸이 편하고 과학을 알아야 살림이 쉬워진다는 걸 알았다. 녹화는 ‘연말 선물 대방출 2탄-청소의 신’ 편이었다. 가스레인지 기름때, 전자레인지 찌든 때, 욕실화나 대야의 물때 등 온갖 청소에 관한 비법이 소개됐다. ‘선물 대방출’이란 제목을 건 만큼 출연자들은 선물을 타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꽤 어려운 청소법 질문이 쏟아졌다.



어린이 카시트·섬유유연제·탈취제·샴푸·린스 등 푸짐한 선물을 갖기 위해 아는 것, 모르는 것 가릴 것 없이 답을 맞히려 애쓰는 출연자들 덕분에 녹화장은 한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후끈 달아올랐다. 몸풀기 퀴즈라고 했지만 선물 덕분에 후끈해졌던 녹화장 열기는 퀴즈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차분하게 변했다. 마치 과학교실 같았다. 아무리 깨끗하게 관리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많다는 주방용 도마 실험에선 모두가 집중해 실험 결과를 지켜봤다. 전문가가 출연해 특정 재료의 어떤 성분이 항균에 효과가 있는지 설명을 해주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 시절엔 골치 아픈 과학 과목, 교과서에만 집중해 지루하기만 했던 죽은 과학이 ‘살림의 신’에선 살아있는 과학이 돼 돌아왔다. 전 출연진은 귀를 쫑긋 세우고 원리를 이해해 가며 살림 비법을 전수받았다.



※QR코드를 찍으면 프로그램 속 제품의 상세한 정보와 할인쿠폰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출연진 전체는 다음 결론을 내렸다. “저 방법, 오늘 집에 가서 당장 해봐야지.” MC를 맡은 정지영 아나운서는 “청소를 하고 싶긴 해도 오늘 소개된 비법 같은 걸 알기 전엔 힘들다는 이유로 시작도 안 했다. 요령을 모르니 몸만 피곤하고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한데 쉽고 간단하게 때가 없어지는 걸 보니 그대로 따라만 하면 될 것 같아서 좋다. 역시 과학적 원리를 적용하면 어려운 살림도 쉽게 변한다”고 했다.



세상 쓸데없는, 사는 데 필요 없는 과목이라 욕하고 물리쳤던 교과목들에 ‘미안’이라고 사과라도 해야 할 판이다.



강승민 기자



다음 주 수요일(25일) 저녁 6시50분 JTBC 프로그램 ‘살림의 신’은 ‘연말 선물 대방출 2탄 - 청소의 신’으로 꾸며진다. 집안 구석구석, 요령이 필요한 청소 비법을 관련 전문가와 함께 알아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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