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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품 가죽에 특수 처리, 명품 구두는 기초공사만 이틀

중앙일보 2013.12.20 00:01 Week& 8면 지면보기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Tod’s)’는 ‘현대 이탈리아 스타일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불린다. 브랜드가 속한 토즈그룹 회장 디에고 델라발레(Diego della Valle·60) 덕분이다. 델라발레 회장은 페라리·마세라티 등 유명 자동차 회사 이사이면서 이탈리아 라보로 국립은행 이사,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이사도 겸하고 있다. 이처럼 이탈리아 재계의 핵심 인물인 그는 눈에 띄는 패션 감각을 선보이며 조부의 가업을 이어받아 지금의 토즈 브랜드, 토즈그룹을 키워냈다. 델라발레 회장의 할아버지 필리포가 1920년대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주(州) 한 마을 지하 작업실에서 구두를 만든 게 이 브랜드의 시작. 현재 토즈는 사업의 시초였던 마을 카세테데테(Casette D’Ete)에 1만6000㎡의 현대식 건물을 짓고 본사와 주력 제품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week&이 토즈의 가죽 명인(名人) 안토니오 리파니(Antonio Ripani·66)와 함께 현대 이탈리아 스타일 제작 과정을 살펴봤다.


이탈리아 스타일 이끄는 '토즈' 제작 현장

1 이탈리아 마르케주(州)에 있는 토즈 그룹 본사 1층 복도 모습이다. 미술관처럼 아름답게 꾸며진 건물에는 그룹 회장 집무실과 생산시설이 함께 들어서 있다.
35년 내공으로 최상의 가죽만 선별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는 지중해에 둘러싸여 있다. 반도 동쪽 바다는 아드리아해(海)로 불린다.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서도 아드리아해에 면한 마르케(Marche)주(州)는 가죽 장인과 공방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토즈 본사와 주 생산시설이 있는 카세테데테는 인구 3000여 명의 조그만 마을. 부지 8만5000㎡의 토즈 그룹 본사는 넓디 넓은 녹지 위에 지어져 있었다. 토즈그룹의 브랜드 토즈·로저비비에의 구두와 가방 등이 여기서 생산되고 있다. 델라발레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에서도 드문 업무 환경이다. 직원들이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든다면 그 제품을 만드는 데 쏟는 정성을 직원들에게도 돌려줄 필요가 있다. 결국 그것이 우리 제품이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도록 해 줄 것이다”고 본사와 생산 시설을 쾌적한 곳에 함께 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디에고 델라발레 토즈그룹 회장과 하루에도 서너 번씩 전화 통화를 한다는 가죽 명인 리파니는 토즈에서만 35년을 가죽 검수 전담으로 일했다고 했다. "가죽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많다. 숙련된 이탈리아 장인들이 질 좋은 가죽 제품을 만들고 있으니 비슷비슷한 제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일 좋은 가죽을 골라내는 것이다.” 11세 때부터 가죽 공방에서 일해온 그는 토즈그룹에서 사용하는 가죽을 한 장 한 장 육안으로 모두 검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 토즈에서만 35년간 가죽 선별 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안토니오 리파니(66)가 최상급 악어가죽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질 좋은 가죽을 구하는 게 뭐 어려운 일이냐고 말이다. 한데 그렇지 않다. 가죽은 육류 가공 단계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일 뿐이다. 악어 가죽 정도를 빼면 가죽 제품을 만들기 위해 따로 키우는 동물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도축 과정에서 잘못 다룬 가죽도 많다. 흔히 쓰는 염소 가죽만 해도 우리 입장에선 귀한 재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장 필요하다고 해서 질 좋은 가죽을 구하기도 힘들다. 사람들이 그 육류를 소비해야만 나오는 게 가죽이라서다. 그러니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최상의 가죽을 구하는 게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그룹 회장이 그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직접 전화를 하는 이유였다.



전통기법 되살려 만든 최상의 구두



3 토즈 브랜드의 대표 상품으로 불리는 ‘고미노’ 제작 과정. 바닥에 조약돌 모양 가죽 100여 개가 붙어 있는 게 특징이다. [사진 토즈]
소가죽·양가죽·염소가죽은 이제 웬만한 유명 브랜드 구두·가방 제작에 흔히 쓰인다. 질 좋은 가죽이 관건이긴 해도 흔한 것보다는 더 특별한 걸 찾는 고객 눈에 들기 위해 유명 브랜드는 앞다퉈 특이한 소재 가죽을 선보이고 있다. 리파니는 “토즈에선 대략 9가지의 특별한 가죽을 쓴다. 악어(crocodile), 앨리게이터(alligator), 비단뱀(python), 아나콘다(anaconda), 도마뱀(lizard), 카룽(karung) 물뱀, 테주스(tejus) 도마뱀, 어린 뱀 가죽 아이어(ayer), 타조(ostrich) 등이다.” 설명을 마친 그는 악어 가죽을 들어 보였다. 2m 남짓, 악어 한 마리 통째인 분홍색 가죽은 원재료값만 1000유로(약 145만원)라고 했다. "작은 가방 하나 만드는 데 5마리쯤 필요하다. 원가만 해도 상당한 셈이다.” 설명을 마친 그는 더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하더니 악어 가죽을 짚어가며 말했다. “소비자가 좋은 악어 가죽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비법이 있다. 악어를 보면 비늘처럼 부분 부분 나눠져 있다. 요 부분마다 점이 하나씩 찍혀 있는데 이것이 선명해야 질 좋은 악어 가죽이다.” 큰 맘 먹고 악어 가죽 가방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라면 새겨 들을 만한 정보였다.



가죽 자체가 특별한 것도 요즘 유명 브랜드의 특징이지만 이탈리아 스타일의 핵심은 가죽 처리법이다. 토즈는 최근 남성 제품에 ‘제이피토즈 사르토리알(J.P.Tod’s Sartorial)’을 추가했다. 최상품 라인이다. “가죽 본연의 특성과 천연 색상을 살리면서도 고급스러운 윤이 나는 가죽을 만드는 게 정통 이탈리아 기법, 정통 이탈리아 구두 제작법의 기초다. 우린 토즈만의 특별한 도료를 바르고 24시간 동안 완벽하게 말리는 과정을 두 번씩 반복해 가죽을 처리한다. 신발 한 켤레 만들기 위해 늘 이런 과정을 반복했던 게 이탈리아 장인의 모습이었지만 요즘은 거의 사라졌다.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느라. 토즈는 올 가을·겨울 상품부터 제이피토즈 사르토리알에 이 방법을 부활시켜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리파니의 말이다. 질 좋은 가죽에서 특별한 가죽으로, 여기서 더 나아가 전통 기법을 부활·진화시키고자 하는 것. 그가 설명하는, 이탈리아 스타일을 이끄는 브랜드가 명성을 이어가는 비법이었다.



산텔피디오아마레(이탈리아)=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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