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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속 1박 2일 야생 체험 … 웬만한 추위는 싱거워졌다

중앙일보 2013.12.20 00:01 Week& 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네파 공동 기획 week& 아웃도어스쿨] ⑥ 동절기 백패킹













































엄동설한에 백패킹(Backpacking)을 감행했다. 백패킹은 등짐을 지고 트레킹을 하다 적당한 장소를 골라 야영하는 아웃도어다. 캠핑의 일종이지만 모든 장비를 스스로 지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오토캠핑과 구분된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14일 경북 울진 응봉산(999m) 덕구계곡에 행장을 풀었다. 추위 따위는 아랑곳 않은 채 온천수가 분출하는 계곡에서 그윽한 달빛을 맞으며 겨울 야영을 만끽했다.



2 텐트와 매트리스, 식량을 가득 채운 백패킹 배낭.
100L 넘는 배낭에 짐 무게 30㎏



한겨울 백패킹에 도전장을 낸 참가자는 9명이었다. 형철희(34)·김유선(34) 부부는 거의 매주 백패킹을 떠나는 매니어인 반면에 대학생 이현호(26)·손혜원(20)씨는 백패킹은커녕 등산 경험도 일천한 왕 초보였다. 나머지 5명은 주말 산행은 즐기지만 야영을 겸한 산행은 처음이었다. 대부분 열의는 높지만, 경험은 초보자 수준이었다. 내심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4일은 한낮에도 수은주가 영하에 머물렀다. 산으로 가면 더 혹독한 추위가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다행히 서울시산악연맹 구은수(43) 산악조난구조대장이 리더로 합류했다. 겨울산행에서 리더의 역할은 가장 중요하다. 리더의 판단에 따라 일행의 안전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구 대장은 특전사 산악교관 출신으로 1996년 미국 매킨리(6194m) 원정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해외 고산 등반을 떠나는 전문 산악인이다. 베테랑의 향기가 물씬 나는 구 대장은 1박2일 일정 동안 자칫 오합지졸이 될 뻔했던 팀의 중심을 잡아줬다.



애초 일정은 울진 덕구계곡에서 야영한 뒤 이튿날 응봉산 정상에 올라 반대편 삼척 덕풍계곡으로 하산할 예정이었다. 덕풍계곡은 국내 트레킹 코스 중 최고 난이도와 비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익스트림 백패킹’이 가능한 곳이다. 하지만 며칠 전에 내린 폭설로 덕풍계곡 출입이 통제돼 있었다.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야영은 하되, 산행은 응봉산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줄이기로 했다. 구 대장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겨울 백패킹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코스”라고 말했다.



오후 1시 먼저 장비 점검에 들어갔다. 몇몇 참가자의 침낭이 부실했다. 다행히 구 대장 트렁크에 두꺼운 침낭이 있어 대체했다. 침낭과 매트리스는 겨울 야영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다. 한기를 막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운 소재의 두꺼운 침낭이 꼭 필요하다.



식량은 각자 두 끼 분량을 준비했다. 여기에 공동으로 사용할 2L짜리 생수를 각자 한 통씩 분배했다. 혹시 야영지에서 물을 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용’이다. 개인 짐과 공동 짐을 분배하고 나니 배낭이 봇짐장수처럼 커졌다. 특히 형철희·김유선 부부의 배낭은 각각 100L가 넘는 배낭에 30㎏에 가까운 짐을 졌다.



겨울 야영은 등산로 가까운 곳이 명당



온천 주차장에서 계곡으로 들어서니 바로 등산로였다. 다행히 계곡엔 눈이 많이 쌓이지 않았다. 스패츠(발목 각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으며, 눈이 다져져 아이젠도 필요 없었다. 주차장에서 원탕까지 4㎞ 구간은 비교적 평탄했다. 표고차가 100여m밖에 되지 않아 무거운 배낭을 메고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구 대장이 속도를 조절했다.



“오늘처럼 추운 날은 몸이 얼어 있어 초반에 무리해서 걸으면 안 됩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어 몸을 움츠리게 돼 있는데, 자칫하면 쥐가 날 수 있습니다.”



오후 4시 야영지인 원탕 근처에 도착했다. 지하에서 온천수가 솟구치는 곳이어서 주변에 비해 온기가 있었다. 사실 이곳은 취사와 야영이 금지된 장소다. 우리 일행은 미리 울진국유림관리소에 ‘환경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서 야영 허가서를 받았다. 원탕 주변은 야영 장소가 마땅치 않아 등산로 옆에 텐트를 다닥다닥 붙였다. 모두 1~2인용 텐트여서 가능했다.



“겨울에는 되도록 등산로에서 가까운 곳이나 계곡에 텐트를 치는 게 좋습니다. 바람을 피할 수 있고, 눈이 많이 왔을 때 탈출이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곳은 제법 괜찮은 야영지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통행이 많은 곳이니 환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구 대장이 참가자의 텐트 사이트 구축을 거들며 당부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텐트를 치지 않았다. “이런 데 오면 비바크를 해야지요.” 산에서 텐트 없이 침낭만 덮고 자는 비바크(Biwak)를 하겠다는 말이다. 구 대장은 낙엽 위 눈밭에 방수 커버를 깔고 그 안에 침낭을 집어넣었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위험해 보였다.



오후 5시가 되자 계곡은 벌써 어둠이 내렸다. 저마다 이마에 작은 전등을 매달고, 조촐한 저녁을 준비했다. 백패킹에서 식량은 애물이다. 많이 가져가면 풍족하게 먹을 수 있지만, 걷는 것에 치중한다면 식량은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할 짐이다.



우리는 취사가 안 되는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최소한의 식량만을 가져왔다. 그래도 이 사람 저 사람 배낭에서 꺼내온 먹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먹거리로 추위를 녹이며 오순도순 대화가 이어졌다. 구 대장이 몇 번이고 당부를 했다.



“겨울 백패킹을 한다면 여름이나 가을에 미리 와본 곳이 좋습니다. 겨울엔 완전히 다른 곳이 되거든요. 더러 혼자 다니는 분도 있는데, 그건 정말 위험합니다. 꼭 동료가 있어야 하고, 또 오지로 들어간다면 주위 사람에게 행선지와 코스를 얘기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사고가 생기더라도 구조를 할 수 있거든요.”



눈에 반사된 달빛·별빛 … 텐트 밖은 별세계



오후 10시 갑자기 바람 소리가 잦아들고 사위가 조용해졌다. 텐트 커버를 때리는 매서운 바람이 사그라지자 텐트 안이 아늑해졌다. 지퍼를 열고 나가니 뜻밖의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계곡 아래쪽으로 드문드문 별이 총총했고, 동쪽 능선 너머로 보름달에 살짝 못 미치는 둥그런 달이 떠올라 있었다. 계곡을 가득 메운 눈에 반사돼 랜턴 없이도 나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환했다. 텐트 밖에서 교교한 달빛을 맞으며 겨울 백패킹의 매력을 만끽했다. 달밤의 서정이 가득했다.



이튿날 오전 7시에 기상했다. 다행히 모두 무사했다. 백패킹이 처음인 마정이(31)씨는 “발가락 끝이 시린 것 외에는 잘 잤다”고 말했다. 텐트 없이 잠을 청한 구 대장은 “바닥에 낙엽이 있어 푹신했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다시 배낭을 메고 응봉산 정상을 향해 올랐다. 각자 20㎏이 넘는 배낭을 메고 걸었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은 그리 가파르지 않았다. 정확히 세 시간 후인 정오에 정상에 섰다. 엄동설한에 야영을 겸한 산행에서 한 명도 낙오 없이 모두 올랐다. 모두 성취감에 뿌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는 하산이다. 겨울 산행에서 하산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단 일몰 전인 오후 4시 전에 모든 일정을 마쳐야 한다. 내려가는 길이 더 미끄럽기 때문에 아이젠을 하는 게 좋다. 오후 3시30분 일행 모두가 무사 귀환했다.



산행 초보 손혜원씨가 “막연한 호기심이 발동해 장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참가했는데 많은 분들의 온기 덕분에 힐링하고 내려왔다”고 소감을 전하자, 구 대장이 “다음 번엔 꼭 응봉산을 넘어 덕풍계곡에 도전해보자”고 대답했다.



초보자 명심 보감



1 [출발 전 준비] 백패킹 대상지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한다. 특히 하산로나 탈출로는 지도에 꼭 표시해둔다. 오지로 떠난다면 GPS를 구비하는 게 좋고, 주변 사람에게 꼭 행선지를 알린다.



2 [필수 장비] 겨울 백패킹은 보온 장비가 가장 중요하다. 등산화는 발목까지 차는 게 좋으며, 가능하다면 물에 빠져도 방수가 되는 이중 등산화를 구비하는 게 좋다. 또 방수 소재의 상·하의 겉옷을 입으면 눈보라가 쳤을 때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3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잃었다고 판단되면, 헤매지 말고 올라온 길을 거슬러 내려오는 게 좋다. 이것은 모든 산행의 기본이다. 길을 찾으려고 하다 보면 체력이 떨어지고, 오도가도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비바크를 해야 한다면 계곡 주변이 좋다.



4. [동상 등 응급처치] 찰과상 등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구급약을 준비한다. 손이 얼었을 때는 무리하게 비벼대지 말고,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넣어서 서서히 녹이는 게 좋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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