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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길이 빛나리" 장제스 헌시 공개

중앙일보 2013.12.19 01:43 종합 2면 지면보기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이 썼던 윤봉길 의사에 대한 헌시다. 모두 28자로 구성됐다. 마지막 부분에 ‘장중정(蔣中正)’이란 장 전 총통의 본명과 함께 낙관인이 찍혀 있다. [사진 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
독립운동가 윤봉길(1908~32) 의사를 기리며 장제스(蔣介石·1887~1975) 전 대만 총통이 직접 쓴 헌시가 18일 공개됐다.


1960년대 말 유족 부탁으로 써

 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 윤주 관장은 “1960년대 말에 윤봉길 전기를 발행하려고 자료를 수집했었다. 그때 장제스 전 총통에게 글을 부탁했고, 헌시와 함께 ‘장렬천추(壯烈千秋)’라는 휘호를 함께 보내왔다”고 말했다.



 장 전 총통은 1932년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윤 의사가 수통형 폭탄을 투척한 직후 “중국의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할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해냈다니 감격스럽다”고 말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새로 공개된 헌시는 모두 28자다. 장 전 총통은 ‘別順逆(별순역) 辨是非(변시비) 明大義(명대의) 知生死(지생사) 留正氣(유정기) 在天地之間(재천지지간) 取義成仁(취의성인) 永垂不朽(영수불후)’라고 적었다. 윤 관장은 “천리를 따르고 거역하는 것을 분별하고/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고/대의를 밝히고/살고 죽는 것을 알고/바른 기운을 세상에 남겨/천지 사이에/의를 취하여 몸을 바쳐 어진 것을 이루었으니/업적이 길이 빛나리라”고 풀이했다. 끝에는 ‘중화민국 57년 3월 27일 장중정(蔣中正)’이라고 썼고, 낙관인도 찍었다. ‘장중정’은 장 전 총통의 본명이다.



  윤 의사에 대한 장 전 총통의 관심은 각별했다. 1966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장 전 총통은 “윤봉길 의사의 가족은 잘 있느냐?”고 안부를 물은 뒤 “귀국하면 잘 돌봐주기 바란다”는 부탁까지 했다. 그해 10월 윤 의사의 동생 윤남의(2003년 작고)씨가 윤 의사 아들 윤종(1984년 작고)씨와 함께 장 전 총통의 초청으로 대만으로 갔다. 윤남의씨의 아들인 윤 관장은 “당시 일주일가량 머물렀다고 들었다. 대만에서 쌍십절(중화민국의 건국기념일) 행사도 보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윤 의사의 폭탄 투척으로 조선 침략의 원흉으로 불리던 시라카와 대장과 해군 총사령관 노무라 중장 등 일본군 장성들이 사상했다. 이 소식을 듣고 장 전 총통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해 무관심했던 기존 태도를 바꾸었다고 한다. 중국육군중앙군관학교에 한인특별반을 설치하는 등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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